지배구조위-회장후보심사위-이사회-주주총회 4단계 결정
역대 회장, 중도사퇴하거나 검·경 수사…'외풍 독립'이 관건


KT가 5일 차기 회장 공모를 마감하면서 KT의 회장 선임 절차가 본궤도에 올랐다.

향후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지배구조위원회의 심사 대상자 선정-회장후보심사위원회 심사-이사회 결정-주주총회 의결 등의 4단계로 이뤄진다.

KT는 올해 안에 내부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차기 회장은 KT를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을 만들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역대 KT 회장이 중도 낙마 또는 검찰 수사 등의 수난을 받아 KT 회장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시각도 있다.
KT 회장 공모 마감…'외부출신이냐 내부출신이냐' 관심
◇ 향후 KT 회장 선임 절차 4단계로 진행…올해 안에 확정될 듯
KT는 지난 6월부터 차기 회장 선임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KT 이사회 내의 지배구조위원회는 6월부터 KT 또는 그룹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부사장 직급 이상인 1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실시했다.

구체적인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이 과정을 통해 사내 회장 후보군을 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KT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차기 회장 공모를 했다.

앞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총 4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로 지배구조위원회가 공모에 응한 후보자와 내부 프로세스를 통해 검증한 사내 후보자 가운데 대상자를 선정해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보낸다.

2단계로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다시 회장 후보자들을 압축해 이사회에 보고하고, 3단계로 이사회가 1명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주주총회에 추천하게 된다.

KT 내부적으로는 올해 안에는 선임 절차가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지막 4단계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KT 회장을 의결하면 후보 선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된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됐을 때부터 2023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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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회장 내부 출신이냐, 외부 출신이냐…외풍으로부터 독립이 관건
지난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사령탑을 보면 내부 출신으로는 이용경 전 사장과 남중수 전 사장이 수장에 올랐고, 외부 출신으로는 이석채 전 회장과 황창규 회장이 사령탑이 됐다.

다시 말해 지난 2009년 이석채 전 회장이 선임된 이후 10년 동안 외부 인사들이 사장을 역임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KT 내부적으로는 이번에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KT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6월 지배구조위원회가 부사장 직급 이상인 1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실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부 출신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여기에 차기 회장은 민영화 이후 계속된 외풍 논란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도 있다.

KT는 회장 선임 때마다 청와대 낙점 논란에 휩싸였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 씨가 KT를 상대로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내도록 강요한 의혹 등이 제기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압수수색 등의 강제 수사를 하도 많이 당하다 보니 '압수수색이 일상화됐다'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는 외풍으로부터 견고한 회사를 만드는 게 KT 차기 회장의 첫 번째 과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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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회장의 '수난사'…불명예 사퇴하거나 구속되거나
KT 회장이란 자리는 4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통신 기업의 수장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독이 든 성배였다는 지적도 많다.

역대 KT 수장의 상당수가 각종 의혹에 휘말려 불명예 사퇴하거나 검찰 또는 경찰 수사를 받으며 영어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이용경 전 KT 사장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첫 번째 사령탑에 오른 뒤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연임을 위해 차기 사장 공모에 응했다가 돌연 후보에서 사퇴했다.

당시 이 전 사장이 차기 사장 후보에서 자진해서 사퇴한 데에는 경영실적 부진과 위기 대응 능력 부재라는 내부 비판과 새 인물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용퇴론'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05년 이 전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롭게 KT의 수장에 오른 남중수 전 사장은 연임에까지 성공하며 민영 2·3기 사장을 맡았지만, 임기를 마치기 전에 하청업체 등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남 전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과 추징금 1억3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석채 전 회장은 2009년 1월 사장으로 취임한 뒤 연임에도 성공했지만,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2013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11월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최근에는 KT 회장 당시 부정 채용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황창규 회장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6월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황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2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황 회장은 최근에는 경영 고문을 부정하게 위촉해 각종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