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흥행의 시초 격인 '슈퍼스타K' 시리즈를 탄생시킨 김용범(45) CP와 '프로듀스 101' 시리즈로 아이돌 오디션의 전성기를 이끈 안준영(40) PD가 5일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혐의로 5일 구속됐다.
엠넷 오디션의 부흥과 전성기를 불렀던 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만들어낸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에 발목이 잡혀 스스로는 물론 엠넷 브랜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냈다.
김 CP는 2002년부터 엠넷 PD로 활동했으며 2009년 '슈퍼스타K' 시즌1을 연출해 크게 주목받았다.
그는 이듬해 '슈퍼스타K' 시즌2, 2011년 시즌3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같은 해 제6회 A-어워즈에서 '2011년을 빛낸 최고의 블랙칼라 워커 이노베이션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김 CP는 이외에도 '댄싱9', '칠전팔기 구해라', '골든탬버린' 등 다양한 엠넷표 예능을 연출했고 연차가 쌓인 후에는 책임프로듀서로서 총지휘관 역할을 해왔다.
음악 오디션 시장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기록된 덕분에 대화록 형식의 도서 '대세를 만드는 크리에이티브'(2015, 자음과모음)에 엠넷 신형관 본부장, tvN 이명한 본부장, 나영석 PD와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시사평론가 겸 방송인 김용민의 동생이기도 하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의 안 PD는 10년간의 조연출을 거쳐 김 CP가 연출한 '슈퍼스타K' 시즌2를 시작으로 메인 PD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2016년부터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엠넷을 '먹여 살리는' 스타 PD로 대두했고, '슈퍼스타K'에서 비롯한 시청자 투표 시스템에 '국민 프로듀서'라는 이름을 붙여 '국프 신드롬'을 일으켰다.
안 PD는 연출하는 프로그램마다 '악마의 편집', '피디픽'(PD Pick) 논란을 불렀지만 남다른 스토리텔링 능력 덕분에 '악마의 재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흥행과 자극성만을 중시한 이 연출 방식이 결국 투표 조작의 여지를 넓혔고 이 때문에 자멸했다. 시청자 유료 투표 시스템을 내세워 오디션을 메인 예능 장르 중 하나로 굳힌 두 PD는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에게 발목이 잡혔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방송·투표 조작 의혹은 시즌마다 불거졌지만 엠넷과 두 PD는 시스템을 보완하기보다 자극성을 높이는 데 골몰했다.
이에 4번째 시즌인 '프로듀스 엑스(X) 101'은 마지막 생방송 직후 시청자들에 의해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고 급기야는 팬들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심지어 두 PD는 조작 외에 오디션에 참가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접대받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어 친정 엠넷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날 나란히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을 찬 채 이동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방송가와 가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한편, 두 PD가 속한 엠넷은 1996년 개국한 음악 전문 채널로, 2011년 CJ E&M(현 CJ ENM)에 인수 합병되면서 급격히 성장해 국내 대표 음악 채널이 됐다.
물론 2010년 '슈퍼스타K'의 메가히트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