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손 떼자 오히려 살아나는 코세페[조재길의 경제산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가장 먼저 분위기를 띄운 건 신세계였습니다. 지난 2일 하룻동안에만 신세계그룹의 유통망에서 600여만 명이 ‘코세페 쇼핑’에 나섰고, 일매출이 4000억원을 넘었지요. 이마트 등 일부 매장에선 문을 열자 마자 먼저 물건을 집으려는 쇼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미국 블프 때나 볼 수 있던 광경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올해부터 코세페 행사가 민간 주도형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정부는 일찌감치 “올해 행사부터 민간에 맡기겠다”고 선언했지요. ‘박근혜 정부 때 만든 행사’라는 꼬리표 때문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아예 손을 떼기로 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민간 중심의 행사 추진·실무단이 꾸려졌고, 유통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행사시기 및 기간 등을 결정했습니다. 오는 22일까지 진행하는 행사에 총 650여개 업체가 참여하기로 했구요. 정부가 뒤로 빠졌는데도 참여업체 수가 오히려 작년 대비 150여 곳 늘었습니다. 코세페 사무국 관계자는 “정부 주도형 행사일 때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구조였다”며 “알아서 하라고 하니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고 했습니다.
코세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민간 주도형으로 바꾼 건 역설적으로 정부가 내린 최고의 선택이 됐습니다만 ‘관제 행사’의 때를 벗기라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코세페의 지향점이 불분명하다’는 조언은 새겨들을 만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주 목적이 소비 진작(중국 광군제)인지, 재고 처리(미국 블프)인지, 외국인 관광객 유치(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주된 목적에 따라 행사 시기와 기간, 할인 폭 등이 달라져야 할 겁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