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 연구원이 경기 용인에 있는 연구소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비보존 제공
비보존 연구원이 경기 용인에 있는 연구소에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다. 비보존 제공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기업 비보존은 엄지건막류 수술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임상 2b상 결과를 이달 공개한다. 이번 임상은 다음달 결과가 공개되는 미국 임상 3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져 임상 3상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 국내 바이오기업의 잇단 글로벌 임상 실패 속에서 비보존이 임상 3상 관문을 넘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임상 3상 결과 발표

오피란제린은 수술 후 통증 치료제다. 정맥주사로 전신에 진통 효과를 낸다. 회사 관계자는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두 개의 수용체를 억제해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서 진통 작용을 하는 기전”이라며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대체하는 1차 치료제가 목표”라고 했다.

비보존은 2014년 국내에서 2건의 임상 1상을 마친 뒤 국내와 미국에서 2건씩 총 4건의 임상 2상을 완료했다. 회사 관계자는 “6건의 임상에서 약물 안전성은 물론 경증부터 중증 수준의 통증에서 진통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지난 7월 복강경 대장 절제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b상에서 모집 환자군의 성·나이 등 분포가 불균등해 통계상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나머지 3건의 임상 2상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없었던 데다 일관된 효과가 확인돼 지난 5월부터 3개월 동안 미국에서 복부성형술 환자 307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실시했다.

비보존은 임상 2·3상에서 오피란제린 효과를 오피오이드와 직접 비교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약물 투여 시점을 앞당겼다. 임상 2a상은 수술 완료 후, 임상 2b상은 수술 완료 1시간 전에 오피란제린을 주사했다. 임상 3상은 수술 전에 오피란제린을 투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수술 중 및 수술 후 오피오이드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퇴원 후에는 일반의약품인 타이레놀로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임상을 설계했다”고 했다.

두 임상이 이전 임상과 다른 점은 또 있다. 두 임상에서는 피험자가 오피오이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다. 이전 임상에서는 시험군과 위약군 모두 오피오이드를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피오이드 사용을 제한하지 않아 통증 강도와 오피오이드 사용량이 얼마나 감소했는지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오피오이드 사용량이 최대 40% 줄어들었다”고 했다.

대체 약물 없는 오피오이드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은 국내외 바이오기업들의 큰 주목을 받는 분야다. 오피오이드 등 마약성 진통제 남용이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미국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2016년 4만2249명, 2017년 4만9068명이 사망했다. 이는 유방암(4만1070명), 교통사고(3만7461명) 사망자보다 많은 숫자다.

아편과 비슷한 성질의 합성물인 오피오이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진통 효과를 낸다. 통증 완화 효과가 뛰어나지만 중독성이 있어 위험하다. 하지만 대체 약물이 없다. 미국에서는 수술 환자 7000만 명 가운데 90% 이상이 수술 후 통증을 없애기 위해 오피오이드를 처방받는다. 비보존 관계자는 “현재 비마약성 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이 있다”면서도 “최대 용량을 투여해도 진통 효과가 강해지지 않고 심각한 통증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했다.

비보존은 무지외반증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 3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조직과 연조직에 대한 효과를 모두 확인하기 위해서다. 판매 허가 신청은 2021년 하반기가 목표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