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6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계엄 문건 의혹) 특별수사단장을 지낸 전익수 대령이 2018년 수사단 활동 당시 휘하 군검사들의 수사결과를 은폐하고자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사건 수사를 지휘할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대령(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된 수사단을 꾸려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016년 10월 국방비서관실 신모 행정관은 김관진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지시에 따라 뜬금없이 ‘북한 급변 사태’를 가장해 대한민국 전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보고했다”며 “이때 만들어진 문건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도할 때 어떻게 저지할 것인지, 국무회의는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를 중심으로 구성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건을 바탕으로 ‘北 급변사태시 긴급명령 관련 검토’, 소위 ‘희망계획’의 일부가 되는 공문서까지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별수사단은) 이 문건이 기무사 계엄 문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청와대와 기무사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8월) 신 전행정관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보인다”며 “제보에 따르면 이때 희망계획과 관련된 문건을 확보하고 수사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軍수사단, '계엄령' 추가문건 덮었다"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누구
임 소장은 “그러나 이 문건에 대한 수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중단됐고, 계엄 문건 작성 연루 혐의로 신 행정관을 수사하던 군검찰은 관련 혐의를 덮어버렸다”며 “대신 별건수사로 확인한 군사기밀누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신 행정관을 2018년 11월 불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보의 핵심은 수사 진행을 방해한 자가 바로 특별수사단장 전익수라는 것”이라며 “전익수는 신 행정관 계엄 수사를 대충 마무리지었고 관련 수사 내용은 자신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며 군검사들에게 보고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심지어 추가 수사 의지를 피력한 법무관을 특수단에서 쫓아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국방부는 전 대령을 즉각 공군본부 법무실장에서 해임하고 당시 특수단 참여 인원을 전원 조사해야 한다”며 “또 국회는 청문회, 특검 등의 수단을 총동원해 계엄 문건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소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한에 정말 급변사태가 있었는지 아니면 급변사태를 핑계로 불법 계엄 검토를 한 것인지는 자신도 모른다"면서 "이 부분은 추후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탄핵 정국 당시 최순실 씨가 북한과 전쟁을 일으킨 후 불법 계엄으로 박근혜 정권 임기를 연장할 것이란 지라시가 돌았다는 질문에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계엄문건 사건은 물론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갑질 폭로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군인권센터의 임 소장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임 소장은 1976년생으로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다. 1996년부터 동성애자 인권모임 '친구사이'에서 동성애자 인권 운동을 하기 시작해 동성애자 인권 연대(약칭 동인련)을 창립했다. 이후엔 동성애 인권 관련 활동을 이어왔다.

2004년에는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징병검사 규칙에 저항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 했다. 이 사건으로 임 소장은 2004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아 수감됐고, 수감기간 동안 국제엠네스티에서 양심수로 지정받았다.

출소 후 임 소장은 2009년 12월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를 설립했다. 군인권센터는 군대 내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반인권적 법률,제도, 정책등을 감시하고 개선하는 걸 목표로 한다.

앞서 계엄문건 관련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해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은 문제가 있다, 가짜 계엄문건으로 국민을 우롱하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주장하자 임 소장은 "하 의원이 공개한 최종문건이라고 주장한 건 내가 봤을 때 가짜고 이 문건은 대선 다음 날인 2017년 5월 10일 날 기무사가 제목도 바꿔치기해서 세탁한 문건이다"라고 반박했다.

임 소장은 이어 "포렌식 공개로 하태경 의원의 고집을 꺾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