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필름이 57년간 유지해왔던 미국 제록스와의 합작관계를 청산했다. 후지필름은 양사 합작사인 후지제록스의 제록스 보유 지분을 취득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키로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추진했던 미국 제록스 인수 작업 포기도 선언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후지필름홀딩스는 미국 제록스와의 합작관계를 끝낸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이달 초에 제록스가 보유했던 후지제록스 지분 25%도 23억달러(약 2조6613억원)에 매입했다.

1962년 후지필름과 제록스가 절반씩 출자해 만들었던 후지제록스는 일본과 해외기업의 대표적인 합작 성공사례로 꼽혀왔다. 세계 최초로 복사기를 개발했던 제록스의 브랜드 파워에 후지필름의 개발·생산기술이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왔다는 평가다. 후지필름 쪽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제록스가 미국과 유럽시장을 분담해 개척하는 역할분담도 이뤄왔다. 지난해 세계 복합기 시장 점유율 17%로 글로벌 4대 업체로서의 위상을 유지했다. 2001년 후지필름이 제록스 지분 일부를 매입하며 후지제록스 지분 75%를 보유해왔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1월 115년 역사의 제록스를 6710억엔(약 7조1169억원)에 인수키로 제록스 측과 합의했으나 칼 아이칸 등 행동주의 투자자의 반발로 인수가 무산됐다. 이후 후지필름 측이 계약파기 건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후지필름과 제록스 간 관계가 껄끄러워졌다.

이에 양사는 글로벌 문서관련 기기 시장이 축소되는 가운데 최악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제휴관계는 유지하돼 합작은 청산하는 길을 택했다. 양사는 합작관계가 끝난 뒤에도 5년간 후지제록스가 미국 제록스에 제품공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