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아직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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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꽃을 단 줄기가 화분에 솟아 있다. 하얀 화분, 누르스름한 꽃과 흰 배경이 어우러진 담백한 정물사진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꽃은 시들었고, 그것을 받치고 있는 화분은 두루마리 휴지심 세 개를 모아 놓은 것이다. 이 사진은 사진가 정현목의 ‘아직 아름다운(Still Beautiful)’ 전시 작품 가운데 하나인데, 사람들이 쓰고 버린 꽃과 사물을 정물의 주인공으로 삼았다.
대량소비의 시대에 물건들은 그 효용 가치가 사라지면 버려진다. 생명체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도 예외가 아니다. 장식용으로 사용된 꽃은 시들면 곧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작가는 버려진 꽃과 생활용품으로 정물사진을 찍어, 그런 소비사회의 정서에 반기를 들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고, 모든 것들이 만개할 때만 고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는 소멸되어 가는 사물들의 처량한 모습을 묘사한 하르멘 스텐베이크의 정물화 ‘바니타스의 알레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덧없는 생명의 안타까움이 아닌,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냈다. (서이갤러리 1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량소비의 시대에 물건들은 그 효용 가치가 사라지면 버려진다. 생명체 아름다움의 상징인 꽃도 예외가 아니다. 장식용으로 사용된 꽃은 시들면 곧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작가는 버려진 꽃과 생활용품으로 정물사진을 찍어, 그런 소비사회의 정서에 반기를 들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고, 모든 것들이 만개할 때만 고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씨는 소멸되어 가는 사물들의 처량한 모습을 묘사한 하르멘 스텐베이크의 정물화 ‘바니타스의 알레고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덧없는 생명의 안타까움이 아닌, 사라져가는 것들의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을 담아냈다. (서이갤러리 16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