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다시 볕드나…'3가지 위기탈출 신호'에 주가 일제히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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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국 한한령 풀리나
② 지갑 연 소비자들
③ 주춤한 e커머스
② 지갑 연 소비자들
③ 주춤한 e커머스
“마치 ‘유통업은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 같다.”
한 백화점 임원은 6일 대형 유통기업 주식이 일제히 오른 것에 대한 느낌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증시에서 롯데쇼핑(4.6%), 이마트(7.3%), 신세계(6.8%), 롯데하이마트(9.1%), 현대백화점(3.8%) 주가가 급등했다. 이마트는 그동안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내줬던 유통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유통 기업 주가가 이처럼 동반 급등한 것은 최근 전례가 없었다. 상승은커녕 올 들어 속절없이 주가가 떨어지기만 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급속이 이동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소비 심리마저 좋지 않은 탓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뭔가 구체적으로 나온 정책은 없었지만 사인은 있었다. 투자자들은 유통 기업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이마트, 유통주 1위 자리 되찾아
첫 번째 사인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상하이의 홈쇼핑 채널 둥팡쇼핑은 지난 5일 오후 ‘이례적으로’ 한국 상품 특별전을 방송했다. 삼성전자의 TV, 냉장고 등 가전과 김, 유자차 등 식품, 화장품과 샴푸 등을 소개했다.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가 방송에 직접 나와 한국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사드 보복 이후 한국 제품 방송이 긴 시간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여기서 투자자들은 중국 정책의 변화가능성을 감지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부쩍 시장 개방 확대와 자유무역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또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이 현지 업체와 합작하지 않고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중국 유력 홈쇼핑 방송의 한국 상품 특별전이 이런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해석이다. 국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보복의 핵심인 한국 단체 관광 허용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면 당장 혜택을 보는 곳은 면세점과 여행사, 호텔 등이다. 면세점을 갖고 있는 호텔신라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주가가 뛴 것은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중국 단체여행이 허용되면 중장기적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다른 유통사들도 ‘중국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심리 회복 조짐
또 다른 사인은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다. 11월 들어 국내에선 대대적인 ‘쇼핑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견줄 만큼은 아니어도 들썩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나타난 이례적 현상도 있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11월 쇼핑 행사의 승자가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아니라 유통 대기업이란 말까지 나온다.
신세계는 지난 2일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 ‘쓱데이’를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 하루에만 600만 명가량의 소비자들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찾고 쓱닷컴에서 장을 봤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에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일도 벌어졌다. 이마트 직원들은 “2000년대 초반 명절 때를 보는 듯했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이 정도로 매장이 북적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는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11월 매출이 오랜만에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쿠팡 전방위 공세 완화 가능성
마지막 변수는 쿠팡 등 e커머스의 ‘공세’ 완화 가능성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쿠팡에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다. 작년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경영 건전성 유지 방안을 수립할 것을 쿠팡에 주문했다.
쿠팡은 국내 e커머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가격을 후려쳐 최저가에 내놓고, 택배 회사처럼 자체 배송(로켓배송)을 해서 롯데, 신세계 등의 손님을 빼앗아 갔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끌고 있는 비전펀드에서 투자받은 돈을 활용한 결과였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 조치가 나오자 “쿠팡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요즘 약해졌다”는 말들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 쿠팡은 이번 11월 쇼핑 이벤트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뻥튀기됐다는 논란 탓에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최근 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이 적극적인 공세를 멈추면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되찾아 올 것이라는 예측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한 백화점 임원은 6일 대형 유통기업 주식이 일제히 오른 것에 대한 느낌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증시에서 롯데쇼핑(4.6%), 이마트(7.3%), 신세계(6.8%), 롯데하이마트(9.1%), 현대백화점(3.8%) 주가가 급등했다. 이마트는 그동안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내줬던 유통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다시 찾아왔다. 유통 기업 주가가 이처럼 동반 급등한 것은 최근 전례가 없었다. 상승은커녕 올 들어 속절없이 주가가 떨어지기만 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급속이 이동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데다 소비 심리마저 좋지 않은 탓이었다. 이날은 달랐다. 뭔가 구체적으로 나온 정책은 없었지만 사인은 있었다. 투자자들은 유통 기업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이마트, 유통주 1위 자리 되찾아
첫 번째 사인은 중국에서 왔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 발생했다. 중국 상하이의 홈쇼핑 채널 둥팡쇼핑은 지난 5일 오후 ‘이례적으로’ 한국 상품 특별전을 방송했다. 삼성전자의 TV, 냉장고 등 가전과 김, 유자차 등 식품, 화장품과 샴푸 등을 소개했다. 최영삼 상하이 총영사가 방송에 직접 나와 한국 상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사드 보복 이후 한국 제품 방송이 긴 시간 진행된 것은 처음이다.
여기서 투자자들은 중국 정책의 변화가능성을 감지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최근 부쩍 시장 개방 확대와 자유무역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최근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또 현대자동차 중국 법인이 현지 업체와 합작하지 않고 지분 100%를 보유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중국 유력 홈쇼핑 방송의 한국 상품 특별전이 이런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해석이다. 국내 한 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보복의 핵심인 한국 단체 관광 허용도 머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인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면 당장 혜택을 보는 곳은 면세점과 여행사, 호텔 등이다. 면세점을 갖고 있는 호텔신라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주가가 뛴 것은 이런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중국 단체여행이 허용되면 중장기적으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다른 유통사들도 ‘중국 특수’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심리 회복 조짐
또 다른 사인은 소비 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다. 11월 들어 국내에선 대대적인 ‘쇼핑 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견줄 만큼은 아니어도 들썩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나타난 이례적 현상도 있다. 롯데,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11월 쇼핑 행사의 승자가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아니라 유통 대기업이란 말까지 나온다.
신세계는 지난 2일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할인 행사 ‘쓱데이’를 통해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날 하루에만 600만 명가량의 소비자들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찾고 쓱닷컴에서 장을 봤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에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는 일도 벌어졌다. 이마트 직원들은 “2000년대 초반 명절 때를 보는 듯했다”고 했다. 그 이후에는 이 정도로 매장이 북적거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얘기였다. 이는 소비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마트의 11월 매출이 오랜만에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고 말했다.
쿠팡 전방위 공세 완화 가능성
마지막 변수는 쿠팡 등 e커머스의 ‘공세’ 완화 가능성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쿠팡에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다. 작년 1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경영 건전성 유지 방안을 수립할 것을 쿠팡에 주문했다.
쿠팡은 국내 e커머스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가격을 후려쳐 최저가에 내놓고, 택배 회사처럼 자체 배송(로켓배송)을 해서 롯데, 신세계 등의 손님을 빼앗아 갔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끌고 있는 비전펀드에서 투자받은 돈을 활용한 결과였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 조치가 나오자 “쿠팡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가 요즘 약해졌다”는 말들이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 쿠팡은 이번 11월 쇼핑 이벤트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뻥튀기됐다는 논란 탓에 쿠팡의 기업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최근 늘고 있다”고 전했다. 쿠팡이 적극적인 공세를 멈추면 기존 유통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을 되찾아 올 것이라는 예측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