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협의 기구' 구성 제안…'탄핵의 강' 어떻게 건널지가 관건
당 안팎 반응은 냉담…"리더십 위기 돌파 수단" 비판도


리더십 위기에 몰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6일 보수통합을 위한 '빅텐트'를 치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며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을 '한 묶음'으로 추스르는 것을 목표로 당내와 당외에 '통합협의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보수진영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놓인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과 우리공화당은 물론 장외 보수세력까지 총망라해 통합하자는 뜻을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위기의 황교안, '보수통합'으로 승부수…'빅텐트' 전략 通할까
최근 박찬주 전 육군대장 인재영입 논란 등에 겹쳐 당내 쇄신과 변화의 요구가 폭발하자, 리더십에 위기감을 느낀 황 대표가 '보수통합' 카드로 반전을 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황 대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대목은 크게 물갈이를 포함한 인적 쇄신과 인재 영입, 보수통합이다.

황 대표는 당내 기구인 선거기획단에서 물갈이 폭을 결정하는 공천룰의 토대를 마련하고 참신한 인재를 삼고초려 하겠다는 복안이다.

보수통합은 이날 제안한 당내외 통합협의 기구를 통해 실현하겠다는 것으로, 바른미래당 내 변혁 모임과 우리공화당에 공을 던져 보수통합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황 대표의 '보수빅텐트' 구상이 현실화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탄핵의 강'이 대표적인 걸림돌로 거론된다.

보수진영 내 박 전 대통령 탄핵 찬반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탄핵은 과거로 묻고 넘어가자'는 말도 나오지만 결국 통합 후 공천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탄핵 이슈가 또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당장 당내에서조차 탄핵 찬성 세력과 반대 세력이 서로를 '청산 대상'으로 지목하며 인적 쇄신마저 험로를 예고한 상황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김태흠 의원이 전날 제기한 쇄신 요구를 겨냥해 "친박(친박근혜)에서 말을 갈아탄 이들이 개혁을 포장해 벌이는 정치쇼"라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황 대표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 함께 해야 한다는 큰 원칙을 말하겠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자유 우파와 자유민주주의 세력의 통합이 필요한 때"라며 기존의 원칙론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가 구체적인 구상 없이 던진 단순한 제안만으로는 보수통합의 고차방정식을 풀 수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여기에 변혁의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개혁보수 깃발을 들고 독자적인 제3 신당을 창당하려는 움직임이 무르익었다는 점도 '황교안발 보수통합'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국당이 최근 잇따른 인재영입 헛발질과 셀프 표창장 논란 등으로 조국 사태 반사이익마저 깎아먹고 있는 상황도 개혁보수 제3신당의 출현을 부채질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이 러브콜을 보내는 안철수 전 의원도 미국에 체류하면서 보수통합 논의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보수빅텐트' 제안은 리더십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황 대표의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용도 없는 보수대통합을 발표하기보다는 보다 진심을 갖고 열정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라"라고 지적했다.

우리공화당 인지연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고 하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요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며 "유승민 포함 '탄핵 5적'을 정리도 못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는가"라고 쏘아붙였다.

바른미래당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정성을 느끼기도 어렵고 말하는 내용이 효율적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황 대표가 최근의 불안한 상황을 돌파할 수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