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차범근'보다 10년 어린 손흥민…이제 모든 골이 '새 역사'
같은 듯 다른 '소니' 손흥민과 '차붐' 차범근…두 거인의 발자취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전설의 '차붐'을 드디어 넘어섰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B조 4차전 원정 경기(4-0 승)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개인 통산 123골을 쌓았다.

이로써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었던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의 유럽 통산 121골을 뛰어넘으며 한국 축구 역사를 다시 썼다.

30년 간격을 두고 한국 축구를 새로운 경지에 올려놓은 차 전 감독과 손흥민의 기록은 비슷한 듯 다르다.

두 거인의 발자취를 비교해봤다.

◇ 빅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한 특급 공격수
손흥민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다섯 시즌 동안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48골(2군 제외)을 넣었다.

이어 2015-2016시즌부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무대를 옮겨 토트넘에서만 74골을 기록했다.

차 전 감독은 분데스리가에서만 뛰었다.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다름슈타트와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레버쿠젠에서 121골을 넣었다.

손흥민과 차 전 감독 모두 유럽 빅리그 팀 소속으로만 10시즌을 뛰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손흥민은 이날까지 2군 경기를 제외하고 361경기를 뛰었고, 차 전 감독은 372경기를 뛰고서 은퇴했다.

결정력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골을 넣은 공격수라는 점도 같다.

손흥민은 12골을 넣은 함부르크에서의 3번째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한 번(토트넘 데뷔 시즌)만 제외하고 매 시즌 10골 이상을 넣었다.

차 전 감독은 한 경기만 뛴 뒤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 다름슈타트 시절을 제외하고, 사실상의 데뷔 시즌인 1979-1980시즌부터 7시즌 연속으로 두 자릿수 득점했다.

그 뒤 커리어 마지막 세 시즌은 미드필더로 뛰면서도 적잖은 득점(총 18골)을 올렸다)
페널티킥 없이 필드골로만 골을 넣은 것도 공통점이다.

차 전 감독은 1972년 아시안컵 때 승부차기를 실축한 뒤 한 번도 페널티킥을 차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만 간간이 페널티 키커로 나선다.
같은 듯 다른 '소니' 손흥민과 '차붐' 차범근…두 거인의 발자취
◇ 약 10년 어린 손흥민…새 전설은 '진행형'
정규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대회별 득점 분포에서 손흥민과 차 전 감독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차 전 감독은 총 121골 중 98골을 정규리그에서 넣었고 유럽대항전(UEFA컵)에서는 10골을 터뜨렸다.

컵대회에서는 13골을 기록했다.

반면 손흥민은 유럽 대항전에서의 골 비율이 123골 중 22골로 차 전 감독의 두 배다.

손흥민은 정규리그에서는 85골, 컵대회에서는 16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몰아넣기에 더 능하다는 점도 다른 점이다.

차 전 감독이 유럽 무대에서 한 번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이 없는 반면에 손흥민은 3골 이상 넣은 경기가 3차례 있었다.

두 거인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나이'다.

차 전 감독이 121번째 골을 넣은 것은 36살 때다.

손흥민은 10살 가까이 어린 나이에 대선배의 대기록을 깼다.

차 전 감독은 국내에서 20대 중반까지 뛴 뒤 26살에야 유럽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일찍이 '축구 조기유학' 길에 올랐던 손흥민은 18살의 나이에 분데스리가에 안착했고, 27살인 현재 이미 차 전 감독을 골 기록에서 넘어섰다.

손흥민이 차 전 감독과 같은 36살에 은퇴한다면, 아직 10년 가까운 시간이 남은 셈이다.

이 10년 동안 손흥민이 골을 넣을 때마다 한국 축구사는 새로 쓰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