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요구액 50억 달러 육박…韓 "그간 협상 틀 내에서 해야·국회 비준도 어려워"
"괌·하와이 등 미군 비용 분담은 요구 안 해"…美, 주한미군 감축 카드 꺼낼 수도
美, 순환배치·연합훈련비용 분담 요구한 듯…방위비 협상 험로
미국이 한국과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 총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액수로,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한국이 수용 불가능한 수준이어서 협상에 난관이 예상된다.

다만, 일각의 관측처럼 미국이 괌이나 하와이 등 한반도밖에서 운용되는 미군의 비용까지 한국이 일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7일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동맹으로서 다양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중 일부를 한국이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항목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두 차례의 SMA 회의에서 한반도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 방어를 위한 노력을 두루 설명하며, 한국도 경제력이 성장한 만큼 기여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 5일 방한하며 "(한국) 전쟁 후 미국은 공여국이었고 한국은 스스로 나라를 재건하면서 명백히 미국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 뒤 "이제 한국은 지역 발전의 강력한 기여국이며 훌륭한 파트너"라고 밝혀 방위비를 더 부담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美, 순환배치·연합훈련비용 분담 요구한 듯…방위비 협상 험로
미국의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도 지난 5일 방한 이후 한국의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이런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전날 연합뉴스에 "드하트 대표가 협상에서 한반도 주둔 비용뿐 아니라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미국 전력 관련 비용도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괌이나 하와이 등 한반도 밖에 있는 미군 비용이나 안전한 원유수송로 확보를 위한 호르무즈 해협 방어 비용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외교 소식통은 이날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 방어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비용에 대해선 '주둔 비용'이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전방위로 한국에 분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의 순환배치 비용도 미국의 요구액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신속기동군화' 전략에 따라 유사시 해외로 신속하게 차출돼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외 주둔 병력의 일부를 순환 배치하고 있다.

주한미군도 육군과 공군의 일부 부대 병력이 6∼9개월 단위로 본토 병력과 순환 배치되는데, 이에 따른 비용을 그동안에는 미국이 전담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이 분담하라는 것이다.

또 각종 한미 연합훈련 때 미군 병력이 본토 등에서 증원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한국이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미국인 군무원 및 가족 지원 비용까지도 분담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한미군 병력에 대한 직접적인 인건비는 요구액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요구에 대해 한국 측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분담을 정하는 SMA 협상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SMA 틀 내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한국 협상팀은 또 '설사 우리가 동의하더라도 국회 비준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대응 논리로 미국 측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순환배치·연합훈련비용 분담 요구한 듯…방위비 협상 험로
한미는 11월 중 서울에서 SMA협상 3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입장차가 워낙 커 연내에 타결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미국은 협상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주한미군 감축'을 카드로 꺼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차 SMA 협상 과정에서 현재까지 한미 양측은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어떠한 논의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