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33년·자사고 24년만에 사라진다…"제2의 고교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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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 보완책으로 처음 등장…"사교육 유발·일반고 황폐화" 비판받아
재지정평가 혼란·조국 사태·고교학점제 계기로 '완전폐지' 직면 정부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3개 고등학교 유형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교육부는 7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 운영근거를 삭제해 2025년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꾸는 등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1992년 도입된 외고는 33년만에, 국제고는 1998년 도입 후 27년만에, 자사고는 2001년 도입된 후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 '선별·단계적 폐지' 추진하다가 '완전폐지'로 급선회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이다.
애초 정부의 구상은 이번에 발표한 외고·자사고·자사고 완전폐지가 아니었고,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만 선별해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바꾸는 것이었다.
정부는 2017년 11월에 고입제도 개선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의 학생선발권을 대폭 제한한 뒤 운영성과평가(재지정평가)를 통해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이후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논의한다는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 때 찬반논란에 더해 지역별로 다른 평가기준 등 탓에 극심한 혼란까지 일자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할 거라면 교육부가 책임지고 법령을 개정해 한꺼번에 진행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조국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은 외고 재학 중 의대 교수인, 같은 학교 학부모의 도움으로 의학논문 작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
조 전 장관 가족처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외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이들이 본인 부모나 친구 부모의 도움으로 일반고생에 비해 '스펙쌓기' 경험을 쉽게 누린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공분이 일었다.
교육당국은 외고·국제고·자사고 완전폐지를 결정한 주된 이유로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를 2025년에 전면 시행하는 점을 든다.
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서로 다른 수업을 수강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내신 상대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해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학력 우수자들이 모여 있어 상대평가로는 내신성적을 잘 받기가 어렵다고 평가받는 외고·국제고·자사고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내신성적의 불리함만 해결되면 외고·국제고·자사고가 대입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은 고교학점제 시행 전에 이들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 고교평준화 '보완책' 출발한 특목고·자사고…평준화 취지에 균열 내
외고·국제고·자사고는 모두 고교평준화의 '보완책'으로 생겼다.
1974년 고교평준화 시행을 전후해 교육계 안팎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가 수월성 교육, 즉 '엘리트 교육'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우려와 비판을 배경으로 1983년 과학고, 1984년 외고(당시 외국어학교)가 설립됐다.
과학고는 1986년, 외고는 1992년 특목고로 각각 지정됐다.
국제고는 1998년 특목고로 설립됐다.
자사고(자율형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자립형사립고'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받는 사립고를 만들자는 계획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발표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5·31 교육개혁방안)에서 이미 제시됐다.
5·31 교육개혁방안은 현행 교육체제의 설계도 격으로 평가된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태생부터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이들 학교는 고교평준화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보완책이면서도, 동시에 입시경쟁을 완화해 전인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고교평준화의 취지에 균열을 내는 양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조기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고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있는 일부 계층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제2의 고교평준화'로 규정하기도 했다.
자사고가 1970년대까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던 '명문고'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작년 기준 특목고와 자사고를 비롯한 자율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각각 82.4%와 78.8%로 일반고 진학 희망자(69.5%)보다 높았다.
월평균 사교육비도 특목고(49만3천원)와 자율고(42만5천원) 진학 희망자가 일반고 진학 희망자(29만6천원)보다 많았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이들 학교가 학생선발권을 이용해 '우수 학생'을 싹쓸이해 데려가면서 일반고가 '황폐화'했다는 주장도 편다.
실제 서울지역 고교들을 유형별로 비교하면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10% 안쪽인 신입생 비율은 7개 외고·국제고가 44.4%, 23개 자사고가 18.5%, 일반고가 8.5%다.
'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의 서열이 확인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재지정평가 혼란·조국 사태·고교학점제 계기로 '완전폐지' 직면 정부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3개 고등학교 유형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교육부는 7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외고·국제고·자사고 운영근거를 삭제해 2025년 한꺼번에 일반고로 바꾸는 등의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이 실행되면 1992년 도입된 외고는 33년만에, 국제고는 1998년 도입 후 27년만에, 자사고는 2001년 도입된 후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 '선별·단계적 폐지' 추진하다가 '완전폐지'로 급선회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사안이다.
애초 정부의 구상은 이번에 발표한 외고·자사고·자사고 완전폐지가 아니었고, 설립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만 선별해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바꾸는 것이었다.
정부는 2017년 11월에 고입제도 개선으로 외고·자사고·국제고의 학생선발권을 대폭 제한한 뒤 운영성과평가(재지정평가)를 통해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운영되는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이후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논의한다는 '고교체제개편 3단계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자사고 운영평가 때 찬반논란에 더해 지역별로 다른 평가기준 등 탓에 극심한 혼란까지 일자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할 거라면 교육부가 책임지고 법령을 개정해 한꺼번에 진행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조국 사태'가 기름을 부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은 외고 재학 중 의대 교수인, 같은 학교 학부모의 도움으로 의학논문 작성에 참여할 수 있었다.
조 전 장관 가족처럼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외고나 자사고에 진학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이들이 본인 부모나 친구 부모의 도움으로 일반고생에 비해 '스펙쌓기' 경험을 쉽게 누린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공분이 일었다.
교육당국은 외고·국제고·자사고 완전폐지를 결정한 주된 이유로 고교생도 대학생처럼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를 2025년에 전면 시행하는 점을 든다.
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서로 다른 수업을 수강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내신 상대평가는 사실상 불가능해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학력 우수자들이 모여 있어 상대평가로는 내신성적을 잘 받기가 어렵다고 평가받는 외고·국제고·자사고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내신성적의 불리함만 해결되면 외고·국제고·자사고가 대입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은 고교학점제 시행 전에 이들 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 고교평준화 '보완책' 출발한 특목고·자사고…평준화 취지에 균열 내
외고·국제고·자사고는 모두 고교평준화의 '보완책'으로 생겼다.
1974년 고교평준화 시행을 전후해 교육계 안팎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부가 수월성 교육, 즉 '엘리트 교육'을 포기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우려와 비판을 배경으로 1983년 과학고, 1984년 외고(당시 외국어학교)가 설립됐다.
과학고는 1986년, 외고는 1992년 특목고로 각각 지정됐다.
국제고는 1998년 특목고로 설립됐다.
자사고(자율형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자립형사립고'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입됐다.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받는 사립고를 만들자는 계획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발표된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5·31 교육개혁방안)에서 이미 제시됐다.
5·31 교육개혁방안은 현행 교육체제의 설계도 격으로 평가된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태생부터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이들 학교는 고교평준화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보완책이면서도, 동시에 입시경쟁을 완화해 전인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고교평준화의 취지에 균열을 내는 양면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조기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고 자녀교육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있는 일부 계층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제2의 고교평준화'로 규정하기도 했다.
자사고가 1970년대까지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입학할 수 있던 '명문고'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작년 기준 특목고와 자사고를 비롯한 자율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각각 82.4%와 78.8%로 일반고 진학 희망자(69.5%)보다 높았다.
월평균 사교육비도 특목고(49만3천원)와 자율고(42만5천원) 진학 희망자가 일반고 진학 희망자(29만6천원)보다 많았다.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이들 학교가 학생선발권을 이용해 '우수 학생'을 싹쓸이해 데려가면서 일반고가 '황폐화'했다는 주장도 편다.
실제 서울지역 고교들을 유형별로 비교하면 중학교 내신성적이 상위 10% 안쪽인 신입생 비율은 7개 외고·국제고가 44.4%, 23개 자사고가 18.5%, 일반고가 8.5%다.
'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의 서열이 확인되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