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윤리 이유로 낙태·에이즈 환자 진료 등 거부권 확대 골자
美 연방법원, '양심적 의료 거부' 확대에 제동…"정부가 월권"
미국에서 의료계 종사자들이 종교나 윤리적인 이유로 낙태나 성전환수술 등을 거부할 권한을 확대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규정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AP통신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미 보건후생부(HHS)가 발표해 오는 22일부터 발효되는 이 규정에 대해 뉴욕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무효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HHS의 이 같은 규정을 발표한 이후 19개 주 정부와 보건 단체 등은 규정이 차별적이고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의료계 종사자들은 1973년에 처음 제정된 일명 '양심 조항'에 따라 종교적, 도덕적 신념에 반하는 서비스 시행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이번 HHS 규정은 이런 권리를 가진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고용자들이 의료 직원들의 거부권 행사를 가로막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HHS가 이런 규정을 마련한 것은 현행법을 넘어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규정 위반 시 연방 정부 보조금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거론하며, HHS에는 이 규정을 시행할 권한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엥갈마이어 판사는 해당 조치는 큰 비용이 들고, 긴급 의료 서비스를 훼손하며, HHS가 규정을 마련한 근거가 거짓말에 기반해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규정이 발효되면 병원 접수처 직원, 승강기 운영 직원이나 앰뷸런스 기사도 종교적, 도덕적 이유로 일하길 거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응급 사태 때 의료 기관들이 직원 수를 2~3배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HHS는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의료 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알렉시스 맥길 존슨 미 가족계획연맹 회장은 "법원이 명확히 했듯이, 정부는 월권행위를 했으며 규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쳤다"고 밝혔다.

로지 필립스 데이비스 미국정신의학회(APA) 회장 역시 환영 의사를 밝히며 해당 규정은 "여성, 성 소수자, 에이즈 환자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소속 밴 새스(네브래스카) 상원의원은 이번 판결을 두고 '터무니없다'며 정부에 항소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