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관련 회의 성과를 소개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환담 내용은 일절 다루지 않았다. 청와대가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며 사진을 공개한 것과 대조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단독 환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정상회담 이후 13개월 여 만에 직접 소통에 나선 것이었다.

이날 환담은 약 11분간 진행됐으며,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측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 등과 관련해 '종전 입장을 설명했을 뿐'이라고 전해 회담의 분위기를 전하는 데 있어 양국이 온도차를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태국 방콕 임팩트포럼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전 환담을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베 총리의 지난 3~5일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 일정이 담긴 게시물을 게재했다. 아베 총리가 회담한 상대 국가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 중국, 태국 등이 언급됐으며, 그가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예방을 받은 사실까지도 소개됐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환담을 나눴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 신문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약 10분간 대화한 것을 회담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청와대가 단독 환담이라는 말과 함께 사진과 대화 내용을 발표한 것과 온도차가 두드러진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환담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 간 회담에 대해 "10분간 주고받은 것을 갖고 커다란 평가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외무성 측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소파에) 걸터앉아 대화했다. 정식회담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같은 날 "정상 간 대화에 대해 상세한 설명은 삼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