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의 ‘디지털 전환 시대, 재교육훈련의 혁신방안’ 세션에서 황규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의 ‘디지털 전환 시대, 재교육훈련의 혁신방안’ 세션에서 황규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디지털 전환 시대에 직업인으로 살아남기 위한 해법은 기업가 정신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직원 개개인이 1인기업으로 설 수 있을 만큼 역량을 갖춰야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또 현재 한국은 대학 입학 경쟁에 매몰돼 직업교육을 ‘이류’로 취급하는데, 청소년기부터 기업가 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가 정신 갖춰야 직장에서 생존”

아비나시 BM 에지인포시스 기술서비스 부사장은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의 ‘디지털 전환 시대, 재교육훈련의 혁신방안’ 세션 발표자로 나서 “노동자의 디지털 전환 적응은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은 정보기술(IT) 발달로 사람과의 연결은 물론, 사물과 사물 간 연결이 가능해지고 급격한 자동화가 이뤄지는 현상을 말한다. 아비나시 부사장은 “한국은 노동자 1만 명당 로봇이 710개로, 세계에서 자동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라며 “단순히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기술과 사람을 잇는 법’을 아는 인재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화 OEC랩 대표는 디지털 전환 시대 재교육 해법으로 기업가 정신을 제시했다. 변호사를 그만두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한 장 대표는 청소년, 대학생 등에게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 작은 창업을 시도해보면 개인의 업무를 넘어 조직의 내일을 그리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며 “과거에는 논, 집을 팔아야 겨우 창업을 시도해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IT 발달로 창업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최근 사내 벤처기업 지원에 나선 것도 직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교육이 교과서에만 갇혀 있으면 안 된다”며 “업(業)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게 지속 가능한 진로교육”이라고 덧붙였다.

공교육 현장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경기 화성시 삼괴고의 한 교사는 장 대표에게 기업가 정신 교육을 요청했다. 이후 창업동아리를 성공적으로 꾸려 학교 전체, 인근 학교까지 기업가 정신 교육을 전파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사업인 ‘비즈쿨 거점학교’로 선정돼 본격적으로 창업교육을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삼괴고는 지역 명문학교로 탈바꿈했다”며 “기업가 정신이 교육에서 효과를 발휘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황규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대입 경쟁에 매몰돼 직업교육을 이류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직업인이 된다”며 “직업교육이 중요하다는 구호에서 벗어나 ‘어떻게’를 말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에서도 모든 직원을 한 곳에 불러모아 같은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직군과 업무, 개인의 요구에 맞는 재교육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듀테크 발달로 재교육 비용 감소

전문가들은 에듀테크의 발달이 재교육을 더 촉진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언제, 어디서든 공부할 수 있는 시대에는 기업들이 직원 재교육을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덤 메드로스 에드엑스(Ed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4만~7만달러를 들여 취득하던 오프라인 석사 학위를 온라인에서 4000달러에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교육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은 임직원이 급작스럽게 퇴사하는 일을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가 직원 재교육을 지원하면 훨씬 더 많은 장기근속자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무크(MOOC: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 등을 통해 얻은 나노디그리(nano-degree: 단기 교육 이수)를 채용과정에서 인정하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에게는 1시간이 넘는 긴 강의보다 5~10분짜리 ‘짤방’ 같은 영상 콘텐츠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에듀테크는 교육 불평등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의 교수법 전문가인 빌럼 판팔켄뷔르흐 오픈에듀케이션 이사장은 “대학 졸업 후에도 언제 어디서든 학습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점차 한국에서도 학벌의 힘이 약해질 것”이라며 “학교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은서/박종필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