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어한다는 건 편견
성공 도와줄 친구·멘토 원해
밀레니얼 세대의 주축을 이루는 1990년대생의 특징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는 7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건 ‘자신들만을 위한 조직문화’가 아니라 지금 시대에 걸맞은 ‘모두를 위한 조직문화’”라고 말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 부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선 임 작가와 제니퍼 딜 미국 창의적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 이문주 쿠캣 대표 등이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는 법’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계약서에 명시한 조건 이행 바랄 뿐”
밀레니얼 세대가 화두로 떠오르자 각 기업과 기관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출퇴근이 자유로운 유연근무제 도입 등 조직문화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임 작가는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좋지만 단순히 ‘밀레니얼을 위한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관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밀레니얼이 일하는 것을 싫어해 근무시간 축소를 원한다고 보는 건 편견”이라며 “그들은 단지 회사가 계약서에 명시한 근로 조건과 원칙 등 ‘룰’을 제대로 이행하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9월 영국 BBC가 ‘오늘의 단어’로 선정해 화제가 된 ‘꼰대(kkondae)’에 대해서도 통념과 다른 의견을 내놨다. 임 작가는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세대를 떠나 어느 조직에서든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단순히 나이를 잣대로 기성세대를 꼰대로 지칭하는 건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일터에서 원하는 것> 저자인 딜 연구원은 ‘밀레니얼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게으르다’는 편견을 예로 들며 “이런 관념은 과거 ‘X세대(1960~1970년대생)’가 등장했을 때도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밀레니얼은 지루한 일을 싫어하고, 커리어와 직무에 자율성을 갖길 원하며, 일과 가정이 양립하지 못하는 걸 우려한다”며 “이는 밀레니얼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원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각종 음식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쿠캣을 이끄는 이 대표는 밀레니얼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과 연결해 분석했다. 그는 “밀레니얼은 어떤 직업을 택하더라도 은퇴 후에는 결국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으로 수렴된다는 걸 지켜본 세대”라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수를 주거나 근무 여건이 좋으면 기존 직장에 대해 어떤 미련도 없이 손쉽게 이직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직급 대신 별명 부르니 업무 효율↑
연사들은 기업 경영 등 인사관리 측면에서 밀레니얼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조직문화를 꾸려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논의했다. 임 작가는 “부하 직원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는데 상사가 ‘나는 일 때문에 3년 동안 휴가를 반납했는데’라고 말하는 건 당연히 주어진 휴가를 사용한 데 대한 비난이라는 점에서 밀레니얼이 생각하는 룰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조직 내 융합에는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름과 직급 대신 별명을 부르는 닉네임 제도가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 대표는 “별명으로 서로를 지칭하다 보니 실제 이름과 나이를 잊어버릴 정도로 수직적 상하관계가 일 중심으로 재편돼 업무 효율성이 향상됐다”고 했다. 딜 연구원은 “밀레니얼은 자신의 성공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해줄 친구와 멘토를 찾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직장 내 멘토 프로그램 등을 적절히 운영하면 밀레니얼의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형주/한경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