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노동, 혁신인가 불법인가…타다·요기요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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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질 높지만 노동 조건 열악…노동법 위반 의심도
사회 안전망 강화·플랫폼 종사자 조직화도 필요 배달 앱 '요기요'의 배달원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로 인정한 것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노동으로, 정보기술(IT)이 사회 곳곳에서 널리 쓰이는 우리나라 등 여러 나라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도 여기에 해당한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통적 노동관계에 기반을 둔 법·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불법행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IT 발전에 플랫폼 노동 확산…노동 조건은 열악
배달 앱을 통해 제공되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보면 플랫폼 노동과 전통적 노동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소비자가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그 정보가 앱을 통해 음식점과 배달 대행업체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배달원이 호출돼 음식을 배달한다.
음식점에 직접 고용된 배달원이 수행하는 기존 음식 배달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한 여러 명의 배달원 가운데 손이 비는 사람이 호출된다.
따라서 배달이 밀릴 가능성도 작다.
앱을 통해 소비자, 음식점, 배달 대행업체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므로 가능해진 일이다.
배달 앱으로 일하는 배달원은 형식상 '근로계약'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프리랜서) 자격으로 배달 대행업체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는다.
플랫폼 업체들이 이들을 근로자라고 부르지 않고 '플랫폼 종사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플랫폼 노동은 음식 배달 외에도 대리운전, 퀵서비스, 가사 서비스, 심부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통·번역, 법률, 디자인 등 고숙련 노동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플랫폼 종사자를 최대 54만명으로 추산했다.
대규모 표본 조사 방식으로 국내 플랫폼 종사자 규모를 추정한 첫 조사 결과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종사자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동시장 밖에 있는 자영업자와 노동시장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열악한 조건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국내 조건도 플랫폼 종사자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제를 포함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면 사실상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고용정보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가 플랫폼 노동으로 얻은 월평균 소득(세전 기준)은 163만9천원이었다.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한 사람도 36.5%나 됐다.
배달원들은 배달 대행업체 등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호소한다.
고용정보원의 FGI(집단심층조사)에서 퀵서비스 기사는 수익의 20% 안팎을 수수료로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플랫폼 노동을 한 시간은 주당 평균 36.9시간이었다.
음식 배달원의 경우 주당 플랫폼 노동시간이 53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5.9%에 달했다.
플랫폼 노동을 하는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 비율은 34.4%로,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임금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비율(71.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 혁신 vs 불법 논란…"사회 안전망부터 강화해야"
플랫폼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노동부가 일부 요기요 배달원을 최근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노동부는 요기요 배달원 5명이 낸 진정 사건의 조사를 거쳐 이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배달 대행업체가 시급으로 임금을 지급한 점,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원에게 대여하고 유류비를 부담한 점, 근무 시간·장소를 정한 점 등에 주목했다.
노동부는 진정인 5명의 근로자 인정을 요기요 배달원 전반에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배달원마다 구체적인 근무 형태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플랫폼 종사자가 프리랜서라는 명목 아래 실제로는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플랫폼 종사자가 프리랜서라면 업무 수행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근로자처럼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진정을 제기한 요기요 배달원들은 정해진 장소 출퇴근, 점심시간 체크, 다른 지역 파견 등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업체가 플랫폼 종사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맺어 노동관계법의 각종 의무를 회피하고, 정작 일을 할 때는 보통 사용자-근로자 관계와 똑같이 지휘·감독을 했다는 얘기다.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미명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타다의 불법영업 혐의 공소장에서 타다가 운전기사의 출퇴근과 휴식 시간, 운행 차량, 대기 지역 등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판단했다.
타다의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는 노동부가 조사 중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최근 타다의 용역 업체 소속 운전기사 8천400여명이 타다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타다가 지난달 용역 업체들과 간담회를 거쳐 '근무조 개편' 공지를 하고 근무 시간과 인원 감축 지시를 했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플랫폼 노동의 혁신 여부를 떠나 기술 발전에 따른 현상을 사법적으로 재단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 노동과는 다른 혁신으로 볼 만한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통적 노동에 기반을 둔 노동법 체계로 플랫폼 노동을 보기보다는 노동법의 진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에는 국내 사회 안전망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혁신을 활성화하려면 그 충격을 완화할 사회 안전망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종사자를 사회 안전망에 포섭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과 같은 고용 연계 안전망을 중장기적으로 근로자를 넘어 취업자 전체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취약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부터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권 교수는 "노동법 정비는 사회 안전망 강화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변화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사회 안전망 강화의 부담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스스로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이들의 조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출범한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연합뉴스
사회 안전망 강화·플랫폼 종사자 조직화도 필요 배달 앱 '요기요'의 배달원을 고용노동부가 근로자로 인정한 것을 계기로 '플랫폼 노동'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뤄지는 노동으로, 정보기술(IT)이 사회 곳곳에서 널리 쓰이는 우리나라 등 여러 나라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도 여기에 해당한다.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노동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통적 노동관계에 기반을 둔 법·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불법행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IT 발전에 플랫폼 노동 확산…노동 조건은 열악
배달 앱을 통해 제공되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보면 플랫폼 노동과 전통적 노동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소비자가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그 정보가 앱을 통해 음식점과 배달 대행업체에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배달원이 호출돼 음식을 배달한다.
음식점에 직접 고용된 배달원이 수행하는 기존 음식 배달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한 여러 명의 배달원 가운데 손이 비는 사람이 호출된다.
따라서 배달이 밀릴 가능성도 작다.
앱을 통해 소비자, 음식점, 배달 대행업체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므로 가능해진 일이다.
배달 앱으로 일하는 배달원은 형식상 '근로계약'이 아니라 개인 사업자(프리랜서) 자격으로 배달 대행업체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는다.
플랫폼 업체들이 이들을 근로자라고 부르지 않고 '플랫폼 종사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플랫폼 노동은 음식 배달 외에도 대리운전, 퀵서비스, 가사 서비스, 심부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확산하고 있다.
통·번역, 법률, 디자인 등 고숙련 노동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플랫폼 종사자를 최대 54만명으로 추산했다.
대규모 표본 조사 방식으로 국내 플랫폼 종사자 규모를 추정한 첫 조사 결과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종사자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노동시장 밖에 있는 자영업자와 노동시장의 극심한 양극화 속에서 열악한 조건에 놓인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국내 조건도 플랫폼 종사자 증가세를 부추길 수 있다.
문제는 대다수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제를 포함한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면 사실상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고용정보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 종사자가 플랫폼 노동으로 얻은 월평균 소득(세전 기준)은 163만9천원이었다.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라고 답한 사람도 36.5%나 됐다.
배달원들은 배달 대행업체 등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호소한다.
고용정보원의 FGI(집단심층조사)에서 퀵서비스 기사는 수익의 20% 안팎을 수수료로 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플랫폼 노동을 한 시간은 주당 평균 36.9시간이었다.
음식 배달원의 경우 주당 플랫폼 노동시간이 53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이 45.9%에 달했다.
플랫폼 노동을 하는 이들의 고용보험 가입 비율은 34.4%로, 지난해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임금 근로자 고용보험 가입 비율(71.6%)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 혁신 vs 불법 논란…"사회 안전망부터 강화해야"
플랫폼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조명을 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노동부가 일부 요기요 배달원을 최근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노동부는 요기요 배달원 5명이 낸 진정 사건의 조사를 거쳐 이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배달 대행업체가 시급으로 임금을 지급한 점,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원에게 대여하고 유류비를 부담한 점, 근무 시간·장소를 정한 점 등에 주목했다.
노동부는 진정인 5명의 근로자 인정을 요기요 배달원 전반에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배달원마다 구체적인 근무 형태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플랫폼 종사자가 프리랜서라는 명목 아래 실제로는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플랫폼 종사자가 프리랜서라면 업무 수행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지만, 근로자처럼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진정을 제기한 요기요 배달원들은 정해진 장소 출퇴근, 점심시간 체크, 다른 지역 파견 등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업체가 플랫폼 종사자와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을 맺어 노동관계법의 각종 의무를 회피하고, 정작 일을 할 때는 보통 사용자-근로자 관계와 똑같이 지휘·감독을 했다는 얘기다.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이라는 미명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기업 이익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타다의 불법영업 혐의 공소장에서 타다가 운전기사의 출퇴근과 휴식 시간, 운행 차량, 대기 지역 등을 지휘·감독한 것으로 판단했다.
타다의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는 노동부가 조사 중이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최근 타다의 용역 업체 소속 운전기사 8천400여명이 타다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며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타다가 지난달 용역 업체들과 간담회를 거쳐 '근무조 개편' 공지를 하고 근무 시간과 인원 감축 지시를 했다며 사실상 '구조조정'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플랫폼 노동의 혁신 여부를 떠나 기술 발전에 따른 현상을 사법적으로 재단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 노동과는 다른 혁신으로 볼 만한 요소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통적 노동에 기반을 둔 노동법 체계로 플랫폼 노동을 보기보다는 노동법의 진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에는 국내 사회 안전망이 지나치게 취약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혁신을 활성화하려면 그 충격을 완화할 사회 안전망부터 튼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종사자를 사회 안전망에 포섭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과 같은 고용 연계 안전망을 중장기적으로 근로자를 넘어 취업자 전체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취약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부터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권 교수는 "노동법 정비는 사회 안전망 강화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변화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사회 안전망 강화의 부담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플랫폼 종사자가 스스로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이들의 조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에 출범한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