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슨 방송을 하다 보면 시청률에 신경이 쓰일 때가 꽤 많답니다. 내 레슨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공감했을까는 인스트럭터(티칭프로)의 자존심과 연결된 거라 본능적인 궁금함이라 하겠죠. 거두절미하면, 시청률이 가장 안 나오는 주제는 퍼팅이고, 가장 잘 나오는 건 비거리입니다. 제 기대(?)와는 정반대여서 놀란 적이 많았죠. 그래서 장타를 골퍼의 ‘운명적 로망’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돌아선다? 비튼다!

사실 비거리는 골퍼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는 최대치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걸 제대로 끄집어내지 못한다는 건데요. 이 ‘숨은 비거리’를 찾는 게 어찌 보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유연성을 기르는 것보다 더 먼저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필드 레슨을 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이 ‘내 몸에 이미 있는 힘’도 쓰지 못한다는 겁니다.

첫 번째가 꼬임 없는 백스윙입니다. 배꼽이 그냥 ‘우향우’하듯 힘없이 오른쪽으로 돌아간다는 얘긴데요. 어깨와 몸통, 허리, 엉덩이가 팽팽하게 연결돼 있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활로 보면 활시위가 느슨해져 있는 것이고, 자동차로 따지면 시동 걸린 엔진에 기어가 걸리지 않은 상태라고나 할까요.

백스윙이 잘 안 될 때 “그냥 우향우해 보세요!”라고 조언하는 경우도 실제로는 꽤 많아요. 하지만 이는 정말로 뻣뻣한 소수에게만 해당하는 대증요법일 뿐입니다. 편한 백스윙엔 도움이 되겠지만 비거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죠. 특히 ‘하체가 리드하는 스윙’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아 ‘반쪽짜리 스윙’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체의 회전력을 상체로 전달하는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하체운동을 열심히 해도 무용지물이란 얘깁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백스윙 때 오른 무릎만 버티고 서는 게 아닙니다. 왼쪽 무릎도 살짝 저항을 하며 오른쪽으로 끌려가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하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엉뚱한 게 제 순서도 아닌데 나서서 힘을 쓰는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바로 팔이죠. 하체가 의미 없이 따로 노니 상체의 행동대장인 팔이 ‘열일’을 할 수밖에요. 팔로만 치는 사람들이 꼬임 만드는 걸 힘들어하고, 꼬임이 안되는 사람들이 팔로만 치려 하는 게 바로 그래서입니다.

채 거꾸로 든 ‘야구스윙’ 좋아요

여러 아마추어 골퍼에게 이런 꼬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 ‘허리통증이 있어서 안 된다’거나 ‘타고난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허리통증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유연성 부족보다는 사실 팔로만 쳐온 습관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게 제 경험칙입니다. 꼬임이 잘되면 하체리딩도, 체중이동도, 리듬과 템포도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꼭 기억해두길 바랍니다.

한 가지 연습법을 알려드릴게요. 비거리의 3요소, 즉 클럽 헤드스피드, 발사각(탄도), 공의 스핀양(적을수록 거리가 늘어남)에서 헤드스피드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드라이버를 거꾸로 잡고(헤드와 샤프트를 연결하는 목 부위를 잡고) 야구스윙을 하는 겁니다. 이걸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가벼운 채 끝(그립 쪽)에서도 ‘무게감’을 느낄 때가 올 겁니다.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네요. 문득문득 ‘벌써 한 해가 저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참고로 날씨가 추워지면 비거리도 같이 줄어든답니다.

한 골프용품사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0도 내려가면 3야드 안팎이 줄어든다네요. 한여름과 한겨울 차이가 40도까지 나니까, 최대 12야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죠. 마음도 스산한데, 갑자기 줄어든 비거리에 너무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회는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