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자금 운용의 숨통을 트게 됐다. 이달 말 진행되는 5000억원 유상증자에 카카오를 비롯한 주요 주주가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자 후엔 자본금이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자본 건전성을 둘러싼 진통이 빠르게 일단락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급한 불 끈 카카오뱅크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당초 계획대로 오는 21일까지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기로 했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은 이날 카카오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유상증자 단행 후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1조8000억원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지분 18%를 보유한 카카오는 이 중 9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지분율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다른 대부분의 주주도 별다른 문제 없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주주는 한국투자금융지주(50%), 카카오(18%), 국민은행(10%), SGI서울보증(4%), 이베이(4%), 넷마블(4%), 우정사업본부(4%), 텐센트(4%), YES24(2%) 등이다.

올초만 해도 카카오뱅크는 최대주주를 한국투자금융에서 카카오로 바꾼 뒤 증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카카오는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34%까지 늘리는 것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기존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의 지분 정리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투자금융이 카카오에 팔고 남는 지분을 넘기려던 대상(한국투자증권)이 담합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어 한도 초과(10%) 보유주주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선 증자 후 지분 정리’로 전략을 바꿨다. 그만큼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9월 말 10% 안팎까지 고꾸라졌다.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10%)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다. 연말까지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유상증자 후 카카오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4% 안팎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 확충 후 날개 달까

다음달에는 카카오뱅크의 영업에 다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대출 잔액은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달 말 14조원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는 1088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자본건전성을 걱정하지 않고 사업 고삐를 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앞으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올지는 우리(카카오뱅크)도 모른다”며 “기존 은행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새롭게 해석해 혁신 서비스를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2020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장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자본확충을 한 뒤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IPO 시점이 2021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배 부사장은 “IPO를 하는 구체적인 시기는 주주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전략적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한 다양한 형식의 자금 조달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