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수급자의 탈수급률은 5% 미만이다. 100명이 기초수급자가 되면 이 중 95명 이상은 기초수급자로 계속 남는다는 의미다. 한 복지시설의 관계자가 “차량 배기량부터 전세금까지 각종 기초수급 기준을 꼼꼼히 숙지해 끝까지 수급자로 남으려는 사람이 많다”고 토로할 정도다.
빈곤층에 보조금 대신 자립 지원…7년간 세금 1兆 아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 ‘희망키움통장’을 통해 기초수급자를 탈피하는 사례가 크게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탈수급으로 아끼게 된 세금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 복지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명목의 보조금을 확대하는 가운데 자립형 복지가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초수급제도는 월수입 51만2102원(1인 가구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에 주거와 의료 등의 혜택을 지원하는 제도다. 가구당 연평균 1195만원 정도 지원된다. 국비 3조6000여억원에 지방비를 더해 4조원 이상이 매년 지출된다. 꾸준히 감소하던 기초수급자는 재산 인정 기준 완화 등 조치로 2017년 158만 명에서 지난해 174만 명으로 늘었다.

희망키움통장은 저소득층이 일정 정도 이상의 자산을 불리면 좀 더 자신을 갖고 탈수급을 선택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기초수급자가 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는 33만원을 근로장려금으로 지급한다. 이렇게 3년간 적립하면 만기 때 21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신청자가 탈수급에 성공해야만 지급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축하금인 셈이다.

이 사업이 시작된 2010년 이후 3만4886명이 가입해 지난해 말까지 2만2307명이 탈수급에 성공했다. 상품 가입자의 탈수급률은 63.9%에 이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스스로 돈을 모으는 경험을 하고, 적게나마 자산을 축적한 것이 탈수급으로 나가는 용기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희망키움통장 가입자가 대거 탈수급에 성공함에 따라 사업을 시작한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1조2031억원의 예산이 절감된 것으로 추산했다. 신청자에 33만원씩 주는 장려금(2650억원)을 빼고도 1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린 것이다.

자립형 복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초수급자들의 자활에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는 금융상품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도가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해봄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각종 자립형 복지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탈수급으로 절감되는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일정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지금까지 35개 기관과 개인이 15억원을 투자했다. 해봄프로젝트를 설계한 최도순 경기복지재단 연구원은 “실질적인 자립을 도우면서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