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하늘에 소원을 빌고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하는 것 이상이다. 희망은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행동으로 이어질 때, 꿈은 헛된 바람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된다. 희망이 삶이 되는 것이다.”

<희망이 삶이 될 때>는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낸 젊은 의사의 기록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과대학 최연소 교수인 데이비드 파젠바움의 자전적 에세이다.

스물다섯 살의 전도유망한 의대생 파젠바움은 벤치프레스 170㎏을 거뜬히 해낼 만큼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6개월의 순환 실습을 마칠 무렵 샤워를 하다가 사타구니 부근에 불룩 솟은 림프샘을 발견했다. 열두 시간을 내리 자도, 에너지 음료를 아무리 마셔도 숙취 같은 피로감을 느끼던 참이었다. 칼로 찌르는 듯한 복통과 구역질, 척추까지 번진 통증을 참으며 마무리 시험을 치른 그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응급실로 향했다. 온몸이 부어오르고 호흡마저 힘들었다. 불과 2주 만에 체액에서 41㎏이 늘어나고 근육에서 23㎏이 빠져나갈 정도로 심각한 장기부전이 계속됐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긴박한 시간이 흐르지만 아무도 병의 원인을 찾지 못했다. 정체 모를 병과 사투를 벌인 지 3개월이 지나서야 병명이 밝혀졌다. ‘HHV-8-네거팁, 특발성다중심캐슬만병’. 일명 캐슬만병으로 그가 면역학 강의 때 스치듯 들었던, 생존율이 극히 낮은 희귀병 중 하나였다. 알 수 없는 경로로 회복되고 다시 재발하는 과정이 네 차례 반복된 뒤 그는 결심한다. 어머니를 뇌종양으로 잃은 뒤 종양전문의가 되기 위해 달려온 길을 포기하고, 남은 생을 캐슬만병 연구에 바치기로 다짐한다. 어둠 속에서 마냥 희망을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희망을 찾아 나선 것이다.

희망을 확고한 현실로 바꾸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분투하는 그의 삶이 한 편의 의학드라마처럼 펼쳐진다.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불굴의 의지와 집념으로 사선을 넘으며 헤쳐나가는 치료의 여정 속에서 깨달은 ‘희망의 철학’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박종성 옮김, 더난출판, 360쪽, 1만5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