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제1저자가 뭐길래"…과학 논문의 모든 것
오늘날 논문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또 논문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선과 그 이면에 숨겨진 과학자들의 고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전주홍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저서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에서 ‘논문’이라는 창으로 과학 연구 현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과학 연구의 최종 산물인 논문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과학자로서 필요한 인문사회학적 소양에 대해 성찰한다.

전 교수는 먼저 ‘논문을 어떻게 작성하는지’가 아니라 ‘왜 그렇게 작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한다. 그는 “논문을 쓰는 것은 문제를 재구성하고 규정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기에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쉽게 해결하지 못한다”며 “과학 논문에는 변칙, 역설, 모순, 난제를 풀어내는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연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본질적으로 접근하면서 오늘날 과학자에게 필요한 소양이 무엇이고, 과학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부제인 ‘과학 논문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에서 보듯 저자는 논문과 관련된 과학사는 물론 노벨상을 받은 논문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 ‘과학 교양’을 풍성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각 장 끝부분에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인용구를 배치했다. 페니실린을 발견해 194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알렉산도 플레밍이 자주 인용한 파스퇴르의 명언 “우연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가 그중 하나다. 과학 연구는 과학자의 높은 사고력을 바탕으로 열정과 노력이 수반돼야 우연한 기회도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대표적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가 과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역사적 시각에서 살펴보면서 과학 논문의 의미와 본질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다. 이를 통해 이런 엘리트 학술지들의 ‘영향력 지수’라는 블랙홀 속에 모든 담론이 매몰되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나아가 그 이상의 의미도 생각해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성사, 256쪽, 2만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