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이 해외 재간접 형태로 운용했던 ‘무역금융펀드’(규모 2436억원)에서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지만 그 이후에도 마치 정상 펀드인 것처럼 수백억원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증권회사 등 주요 판매사는 라임운용 측이 이 같은 사실을 숨긴 데 대해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터진 뒤에도 라임 무역금융펀드 수백억 더 팔았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위탁을 받은 해외 운용사 측에서 모펀드를 기존 개방형에서 폐쇄형으로 전환하겠다고 고지한 올해 2월 이후에도 일부 판매사는 이를 전달받지 못한 채 기존 상품 설명서대로 펀드를 정상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판매한 액수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펀드를 운용한 해외 운용사 측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각각 북미 펀드(40%)와 남미 펀드(32%)를 폐쇄형으로 전환하고 만기를 최대 6년까지 늦추겠다고 라임운용 측에 통보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라임운용은 싱가포르 R사와 협의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대신 이자수익 상한을 연 5%가량으로 묶는 계약을 지난 6월 맺었다.

그러나 판매사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7월에만 100억원가량을 판매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모펀드의 재구조화까지 끝난 시점인데도 라임운용 측은 이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며 “상식적으로 모펀드가 이런 상황인 줄 알았다면 펀드를 팔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6월께 90억원을 판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이는 명백한 사기 행위”라며 “다른 판매사들과 함께 라임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