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엠넷의 '컴백 전쟁: 퀸덤'(이하 '퀸덤')이다.
'퀸덤'은 지난 8월 첫 방송 때만 하더라도 불신과 우려 속에서 출발했다.
같은 방송사 아이돌 오디션 '프로듀스 엑스(X) 101'이 조작 의혹에 시달린 데다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감, 악마의 편집을 걱정하는 팬덤의 반발 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방송이 시작하자 경연에 참여한 걸그룹들은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독특하고 강렬한 무대로 화제성을 장악했다.
방송도 이들이 경연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마포구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만난 '퀸덤' 조욱형 PD는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던 데 대해 "참가한 아티스트들의 인성과 프로페셔널한 태도 덕분"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서바이벌 참가자들이 서로 헐뜯는 모습 위주로 보여주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에 대해 "악마의 편집을 할 의도는 없었고, 가수들도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악마의 편집'이 없으면 재미도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는 당연히 있었죠. 하지만 '논란을 위한 논란'을 만드는 건 시청자가 모를 리도 없고, 지금처럼 개인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엔 조금 뒤처지는 생각 아닌가 싶어요.
'악마의 편집'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면 그냥 재미없는 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마무, AOA, (여자)아이들, 러블리즈, 오마이걸, 박봄 등 '퀸덤'에 출연한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 무대를 준비하고, 결과가 나오면 '쿨'하게 받아들였다.
상대 팀을 '디스'하기보단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쪽에 가까웠다.
조 PD는 "A팀 팬이었는데 B팀 팬이 됐다든가, 새롭게 어떤 가수의 팬이 됐다거나 하는 피드백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다 고루고루 좋아서) 어느 한 팀을 1위로 뽑을 수가 없다고 한 반응이 제일 좋았다"고 돌아봤다.
'퀸덤'에 대한 아이디어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음악방송을 연출하던 조 PD 개인 경험에서 왔다.
당시 그는 업계 내에 아이돌 컴백 시기를 엇갈리게 잡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느꼈다.
'특정 시기에 다 같이 컴백해서 진짜 최고를 가려보면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퀸덤'의 시작이었다.
지난 10년간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던 여성 아티스트들을 모으고, 그 안에서 추리고 추려 지금의 라인업이 완성됐다.
"제일 처음으로 마마무와 AOA가 참가 의사를 보여줬어요.
이유는 딱 하나였죠. '이거 재밌겠는데?' 또 AOA는 그동안 못 보여준 무대가 많은데 이번에 한 번 보여주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두 팀이 가장 이른 시기에 결정됐고, 그러면서 섭외 폭이 넓어졌죠."
6팀의 '레전드' 무대는 가수들의 자체 아이디어에서 주로 나왔다.
매니저, 아트디렉터 등과 상의하며 콘셉트가 겹치지 않게 정리하는 것 정도가 제작진 몫이었다.
조 PD는 "아티스트들이 경연을 즐기면서 본인들을 업그레이드해 가는 형식이 이렇게 잘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물고 뜯는 식의 경쟁으로 가지 않을 거라고는 예상했죠. 아이돌이면 워낙 인성도 예의도 바른 분들이니까요.
다만 경쟁이 어떤 식으로 가게 될지는 궁금했어요.
진행하면서 느낀 건, 이들이 '상대 팀을 밟고 일어나야겠다' '무너뜨리겠다' 이런 감정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우리만의 것을 해보자, 안 해본 걸 해보자, 멋있는 무대를 보여주자' 이런 게 핵심이었어요.
멋있었죠." '퀸덤'에서 중요했던 경쟁은 상대방을 짓누르고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남들과의 경쟁'은 아니었다.
한계를 깨부수고 올라가는 '나 자신과의 경쟁'이 더 중요했다.
그렇다면 굳이 살벌한 서바이벌 형식을 빌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조 PD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쟁의 틀 안에 있어서 이렇게 달려온 것도 있죠. 마라톤도 페이스메이커 없이 혼자 달리면 기록이 안 좋을 수 있잖아요.
6개 팀이 동시에 출발해 자극을 주고받고 친해지고…. 퀄리티 좋은 무대를 선보이며 다 같이 높이 올라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그게 일반적인 경쟁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