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집회소음에 우는 청운동 '맹학교' 아이들…학부모들은 "누구 위한 집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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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청와대 인근에서 한 시민단체의 집회가 있던 지난 5일 오후. 집회 장소인 청운효자주민센터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서울 청운동 서울국립맹학교 인근에서는 시각장애인 아이들의 보행 훈련이 한창이었다. 주변의 소리와 지팡이에 의존해 걸어야 하는 한 학생은 확성기를 통해 집회 구호가 크게 울리자 잠깐 멈칫했다. 급작스런 소음에 당황했다. 학생과 동행한 인솔교사 김희영 씨는 “시각장애인 아이들은 소리에 의지해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데 집회 소음은 일반적인 보행조차도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앞에서 집회가 허용되면서 150여 명의 국립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보행훈련 중 소음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수업시간 및 시험 도중에도 방해를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경찰에 집회 소음 관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 역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회소음에 시험 중단되는 경우 잦아”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집회 소음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말부터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말, 법원이 청와대 앞 100m까지 집회·시위를 허용하면서 시위가 급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집회는 2016년 50건에서 2017년 497건, 2018년 379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청와대 인근 지역의 집회·행진 신고는 5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집회가 끊이지 않으면서 서울맹학교의 창문이 활짝 열리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집회 소음이 그대로 들어와 수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앞 집회 중 다수는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열리다보니 수업시간과 겹친다. 중간·기말 고사 기간에도 집회 소음 때문에 시험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일이 허다하다. 서울맹학교에 재학 중인 한승헌 군(15)은 “시험을 보고 있는데 집회 소리가 너무 커서 집중하지 못한 적이 많다”며 “학교 앞에서 시위 인파로 택시에서 내리지 못하고 서성인 적도 있었다”고 했다.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맹인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행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맹학교 학생들은 일상적 생활을 위한 보행훈련을 매주 수회씩 학교 인근에서 실시하고 있다. 인솔자가 옆에서 붙어 학생들의 훈련을 돕는다. 그러나 수시로 열리는 집회때문에 이런 훈련을 방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맹학교 보행강사 이은주 씨는 “시위가 잦아지기 전에는 경복궁 인근까지 보행훈련을 했는데 이제는 힘들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약자인 맹인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들 “다른 선택지 없어 답답”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경기 권역 내 맹학교는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서울맹학교와 강동구에 위치한 한빛맹학교 두 개에 불과해 학부모들은 학교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 한빛맹학교 정원이 서울맹학교보다 적은 100여명 수준이라 전학이 불가능하다. 학부모 문용현 씨(48)는 “전국적으로 맹학교 수가 모자라다보니 하남이나 분당에서도 아이를 등원시키려는 부모들이 줄을 서는 정도”라며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지체장애를 동반한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더욱 입학이 절박한데 시위가 끊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경찰과 공공기관에 협조 요청을 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집회시 거주구역이나 학교 인근의 경우 확성기 음압을 65데시벨(dB) 이하로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65데시벨은 공사장 인근 또는 도로 주변의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집회 중 확성기 소리가 일시적으로 65데시벨을 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집회로 인한 교통통제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등·하교 시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맹학교와 학부모들은 교통통제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에 미리 집회 일정을 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는 “교통통제 상황실을 참고하라”며 협력에 ‘미지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요구하면 알려주고 있지만 매번 집회일정을 통보해주진 않고 있다”며 “중요 집회일정이 생기면 언론과 웹사이트에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청와대 앞에서 집회가 허용되면서 150여 명의 국립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보행훈련 중 소음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물론 수업시간 및 시험 도중에도 방해를 받고 있다. 학부모들은 경찰에 집회 소음 관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 역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회소음에 시험 중단되는 경우 잦아”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집회 소음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말부터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말, 법원이 청와대 앞 100m까지 집회·시위를 허용하면서 시위가 급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집회는 2016년 50건에서 2017년 497건, 2018년 379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청와대 인근 지역의 집회·행진 신고는 500건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집회가 끊이지 않으면서 서울맹학교의 창문이 활짝 열리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집회 소음이 그대로 들어와 수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앞 집회 중 다수는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열리다보니 수업시간과 겹친다. 중간·기말 고사 기간에도 집회 소음 때문에 시험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일이 허다하다. 서울맹학교에 재학 중인 한승헌 군(15)은 “시험을 보고 있는데 집회 소리가 너무 커서 집중하지 못한 적이 많다”며 “학교 앞에서 시위 인파로 택시에서 내리지 못하고 서성인 적도 있었다”고 했다.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은 맹인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보행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맹학교 학생들은 일상적 생활을 위한 보행훈련을 매주 수회씩 학교 인근에서 실시하고 있다. 인솔자가 옆에서 붙어 학생들의 훈련을 돕는다. 그러나 수시로 열리는 집회때문에 이런 훈련을 방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맹학교 보행강사 이은주 씨는 “시위가 잦아지기 전에는 경복궁 인근까지 보행훈련을 했는데 이제는 힘들다”며 “시위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약자인 맹인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학부모들 “다른 선택지 없어 답답”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문제로 불안에 떨고 있다. 서울·경기 권역 내 맹학교는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서울맹학교와 강동구에 위치한 한빛맹학교 두 개에 불과해 학부모들은 학교를 옮기기도 쉽지 않다. 한빛맹학교 정원이 서울맹학교보다 적은 100여명 수준이라 전학이 불가능하다. 학부모 문용현 씨(48)는 “전국적으로 맹학교 수가 모자라다보니 하남이나 분당에서도 아이를 등원시키려는 부모들이 줄을 서는 정도”라며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지체장애를 동반한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더욱 입학이 절박한데 시위가 끊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이 경찰과 공공기관에 협조 요청을 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집회시 거주구역이나 학교 인근의 경우 확성기 음압을 65데시벨(dB) 이하로만 지키면 되기 때문이다. 65데시벨은 공사장 인근 또는 도로 주변의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집회 중 확성기 소리가 일시적으로 65데시벨을 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집회로 인한 교통통제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등·하교 시 자가용 차량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맹학교와 학부모들은 교통통제에 대비해 관할 경찰서인 종로경찰서에 미리 집회 일정을 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종로경찰서는 “교통통제 상황실을 참고하라”며 협력에 ‘미지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요구하면 알려주고 있지만 매번 집회일정을 통보해주진 않고 있다”며 “중요 집회일정이 생기면 언론과 웹사이트에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