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첫 언급한 금통위원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이 8일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추는 ‘제로 금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위원은 이날 한국금융연구센터 주관으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한은의 명목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연 1.25%지만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가 높은 것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치솟으면서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적극 낮춰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위원은 제로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도 이 수준만큼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일본이 1980년대 통화정책을 소극적으로 운용한 탓에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2013년부터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통하는 ‘아베노믹스’가 도입되면서 일본은 저물가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이 제로 금리 카드를 꺼내들 경우 자본 유출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란 평가에 대해서도 체코 등의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조 위원은 “체코와 스웨덴은 기준금리를 적극 낮춘 덕분에 리플레이션(reflation: 점진적 물가 상승)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체코는 2012년 11월~2017년 8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연 0.05%로 유지했다. 스웨덴은 2016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 -0.5%로 운용했다.

이날 다른 참석자들도 저성장·저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조절하는 거시 건전성 정책을 적극 운용하는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