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원전 감축은 시작도 안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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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배포한 탈원전 정책 관련 보도설명자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원전 감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같은 자료에서 “한전 적자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한 뒤 “국제유가 상승 및 원전 이용률 변동 등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원전 이용률 하락이 한전 적자에 영향을 미친 원인 중 하나이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결과는 아니라는 겁니다. 현 정부가 대폭 강화해온 원전의 안전점검 기준들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원전 전문가들은 정부의 ‘원전 감축을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설명에 대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 년 전 약 7000억원의 안전 보강 비용까지 투입한 월성 1호기를 작년 조기폐쇄했기 때문이죠. 가동한 지 36년 만이었습니다. 미국에선 안전 보강 및 설계 변경을 통해 원전을 최소 60~80년 동안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했고 신한울 3·4호기 건설까지 중도에 중단시킨 상황에서 원전 감축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팩트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는 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을 단행했지요. 완공 전 단계였던 신고리 5·6호기까지 해체하려다 여론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교수는 “정부가 사실 관계까지 틀린 정보를 전달할 정도로 ‘원전 노이로제’에 걸린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산업부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입장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감축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건 원전의 ‘설비용량’이 줄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4호기가 지난 8월 가동하기 시작한 만큼 설비용량은 더 증가했다는 겁니다. 다만 그는 “일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정부와 전력업계 사이에서도 균열 조짐이 보입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죠. 김 사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과도한 정책비용 때문에 한전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며 “원전을 더 돌리면 이익을 더 낼 수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재무구조 악화가 계속되면 결국 국민 부담(전기요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보냈지요.
정 사장 역시 6일 경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원자력포럼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공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에너지전환 시대엔 원자력이 안정적인 기저전원이 돼야 한다”며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정 사장은 국내 유일의 원전 건설·운영업체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그동안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미묘한 변화가 엿보입니다.
김 사장(행정고시 17회)과 정 사장(26회)은 전직 관료로, 과거 산업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32회)보다 한참 선배이지요. 문 정부 후반기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 간 간극이 커지면서 갈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산업통상자원부는 같은 자료에서 “한전 적자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한 뒤 “국제유가 상승 및 원전 이용률 변동 등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원전 이용률 하락이 한전 적자에 영향을 미친 원인 중 하나이지만 에너지전환 정책의 결과는 아니라는 겁니다. 현 정부가 대폭 강화해온 원전의 안전점검 기준들이 탈원전 정책과 관련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원전 전문가들은 정부의 ‘원전 감축을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설명에 대해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 년 전 약 7000억원의 안전 보강 비용까지 투입한 월성 1호기를 작년 조기폐쇄했기 때문이죠. 가동한 지 36년 만이었습니다. 미국에선 안전 보강 및 설계 변경을 통해 원전을 최소 60~80년 동안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지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했고 신한울 3·4호기 건설까지 중도에 중단시킨 상황에서 원전 감축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팩트 자체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 정부는 또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등을 단행했지요. 완공 전 단계였던 신고리 5·6호기까지 해체하려다 여론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기도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교수는 “정부가 사실 관계까지 틀린 정보를 전달할 정도로 ‘원전 노이로제’에 걸린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산업부는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입장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감축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건 원전의 ‘설비용량’이 줄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도 불구하고 신고리 4호기가 지난 8월 가동하기 시작한 만큼 설비용량은 더 증가했다는 겁니다. 다만 그는 “일부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정부와 전력업계 사이에서도 균열 조짐이 보입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발언 수위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죠. 김 사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과도한 정책비용 때문에 한전 적자가 심화하고 있다”며 “원전을 더 돌리면 이익을 더 낼 수 있다”고 정부를 겨냥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재무구조 악화가 계속되면 결국 국민 부담(전기요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보냈지요.
정 사장 역시 6일 경주에서 열린 동아시아 원자력포럼에서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공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에너지전환 시대엔 원자력이 안정적인 기저전원이 돼야 한다”며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요. 정 사장은 국내 유일의 원전 건설·운영업체 최고경영자(CEO)이지만 그동안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미묘한 변화가 엿보입니다.
김 사장(행정고시 17회)과 정 사장(26회)은 전직 관료로, 과거 산업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32회)보다 한참 선배이지요. 문 정부 후반기엔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 간 간극이 커지면서 갈등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