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운이 좋으면 나도 볼수 있다고~"
![4억~5억 년 전 얕은 바닷물 아래 형성된 사암이 지각운동으로 솟아 형성된 거대한 산 테이블 마운틴. 해발 1086m 정상에 오르면 케이프타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Getty Images Bank](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19427.1.jpg)
테이블 마운틴에 오르면 케이프타운 한눈에
![희망봉으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전망대가 있어 주위 풍광을 감상하기 좋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41447.1.jpg)
테이블 마운틴의 평평한 고원 동쪽에는 원뿔 모양의 데블스 피크, 서쪽에는 사자의 머리를 닮은 라이언스 헤드 두 봉우리가 있어 웅장한 풍경을 완성한다. 흐린 날엔 테이블 마운틴 정상 가까이에 구름이 걸려, 마치 하얀 식탁보를 덮은 식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구름이 형성되면 등반이 어려워진다. 혹시 하늘이 변덕을 부리면 어쩌나 걱정하는 내게 가이드가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까지 비가 왔는데 오늘은 종일 맑을 거예요. 점심부터 먹고 테이블 마운틴으로 갈게요.”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케이프 포인트의 레스토랑(위). 케이프타운 클루프 거리에서 맛볼 수 있는 타조 스테이크(아래).](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19511.1.jpg)
“이제 360도로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올라갈 거예요. 아무데나 서도 잘 보인답니다.” 1929년 운행을 시작했다는 케이블카 앞에서 가이드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행들은 가만히 서서 풍경을 두루두루 즐겼다. 누군가는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또 누군가는 눈으로 바라보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순간을 기록하며.
![360도 회전하며 테이블 마운틴 정상을 오르는 케이블카](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19510.1.jpg)
희망봉에 관한 오해와 진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19551.1.jpg)
희망봉 정상에서 본 망망대해…용기가 샘솟았다
희망봉의 본명은 '폭풍의 곶'
![영국 항해가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예찬한 케이프 반도의 끝 케이프 포인트.](https://img.hankyung.com/photo/201911/AA.20919478.1.jpg)
포르투갈 사람들은 희망봉을 거쳐 갔을 뿐, 케이프타운에 몰려온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었다. 1652년 동인도회사의 얀 판 라비크가 테이블 베이에 상륙한 후 네덜란드 농부들의 이주가 줄을 이었다. 그들은 네덜란드어로 농부란 뜻의 보어인으로 불렸고 케이프타운이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1814년부터 케이프타운이 영국령이 됐고, 1820년 케이프타운 식민지에 영국인이 4000명 이주해 왔다.
남아공에서 다이아몬드와 금이 발견되자 이를 서로 차지하려고 보어인과 영국인이 전쟁까지 벌였다. 흑인들의 땅에 백인들이 들어와 원주민을 괴롭히고 쟁탈전을 벌인 셈이다. 승자는 영국인이었다. 1910년에는 백인들끼리 남아프리카연방을 세웠고, 1948년에는 보어인의 정당인 국민당이 권력을 잡고 인종 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를 시행했다. 이것이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남아공 흑인들이 겪었던 불평등의 역사다. 하지만 남아공의 흑인들은 냉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치열한 저항 운동 끝에 자유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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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포인트에서 볼더스 비치까지
희망봉에 이어 케이프반도의 끝, 케이프 포인트를 찾았다. 바다를 향해 삐죽 튀어나온 바위 절벽으로 인도양과 대서양도 케이프 포인트에서 조우한다. 바닷길로 지구 한 바퀴를 돈 16세기 영국 항해가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예찬한 곳이기도 하다.
1857년 사람들은 희망봉에서 6㎞ 떨어진 케이프 포인트에 등대를 세웠다. 지금은 다아스 포인트에 설치한 등대에 역할을 내줬지만, 과거 선원들의 항해 길을 비춰주던 빛이었다. 케이프 포인트에 오르는 법은 두 가지다. 푸니쿨라를 타고 오르거나, 두 발로 걸어 오르거나. 푸니쿨라에 내려서 등대까지는 누구든 계단을 올라야 한다. 그 위에 서서 내려다보면 대서양과 인도양 바다의 색의 미묘한 차이를 감지할 수도 있다.
케이프타운으로 돌아오는 길 아프리카 유일의 펭귄 서식지, 볼더스 비치에 들렀다. 케이프반도의 동쪽 사이먼스 타운에 자리한 볼더스 비치에 사는 펭귄은 남극의 신사, 황제펭귄이 아니라 평균 키 35㎝, 몸무게 3.3㎏의 아담한 자카스펭귄이다. 자카스란 이름은 울음소리가 수탕나귀와 비슷하다는 데서 연유했지만 울음소리가 같은 남미 펭귄과 구분하기 위해 아프리카 펭귄 혹은 케이프 펭귄이라 부르기도 한다.
해변에 당도하자 자카스펭귄 무리가 편안한 자세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몇몇 펭귄은 뒤뚱거리며 바다로 향하는가 하면, 헤엄을 치기도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수족관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햇살과 바람을 자유롭게 즐기는 펭귄의 모습이 뭉클해 하염없이 바라봤다.
한때 백인들이 펭귄알을 요리해 먹는 바람에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1982년부터 보호 운동을 시작해 볼더스 비치가 펭귄 보호 구역이 됐다. 더 놀라운 건, 1982년 이곳에 펭귄 2마리를 방사했는데 지금은 3000여 마리의 펭귄이 살고 있단다. 볼더스 비치에 사는 자카스펭귄이 37년 만에 2마리에서 3000여 마리로 개체 수가 늘어난 비결은 자유가 아닐까. 문득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성경을 인용해서 남긴 말이 떠올랐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리라(Greatness from small beginning).’
케이프타운=글·사진 우지경 여행작가 traveletter@naver.com
여행 메모
인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까지는 직항이 없다. 남아공항공을 탈 경우 홍콩을 경유해 요하네스공항까지 간 뒤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계절은 한국과 정 반대며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다. 30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으며, 관광지의 치안은 안전한 편이나 그 밖의 지역에서는 도난 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휴대폰이나 카메라는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통화는 랜드이며 10랜드는 약 810원이다. 전압은 240V로 어댑터가 필요하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풍토병 위험이 없어서 황열병, 말라리아 등의 예방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