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철수, 美램버트·韓이도훈과 간단한 인사만"
러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북미·남북 회동 불발
핵 비확산 분야 민·관·학계 인사들이 모여 비확산 문제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MNC)가 9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소위 '1.5 트랙'(반관반민) 성격의 MNC 올해 행사에는 북한에서 조철수 외무성 미국 국장, 미국에서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특사, 한국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가해 회의를 계기로 북미 간, 남북 정부 대표 간 회동이 이루어질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북미는 물론 남북 정부 인사 간 의미 있는 본격 회동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철수 국장과 램버트 특사, 이도훈 본부장 등은 MNC 주최 측이 마련한 참석자 환영 리셉션과 8, 9일 본회의 세션 등에서 조우하긴 했으나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접촉 외에 본격적 대화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행사장 안팎에서의 별도 회동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합의 없이 종료된 후 양측이 후속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조철수 국장이 미국이나 한국 측과의 접촉을 상당히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핵심 사안들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완전한 핵 폐기까지의 일정을 담은 '로드맵' 제시와 이의 이행에 대한 확약을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에 단계적·동시적 행동 원칙에 근거한 체제 안전보장, 제재 해제 분야의 화답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조철수 국장은 8일 본회의 한반도 세션에 기조 발표자로 나와 "미국에 올해 말까지 시간을 줬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기회의 창'은 매일 조금씩 닫혀가고 있다"고 재차 미국에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세션을 참관했던 램버트 대북특사는 조 국장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역시 참관자로 자리를 함께했던 이도훈 본부장도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의 북미와 남북 접촉이 불발된 가운데 램버트 특사와 이도훈 본부장은 9일 각각 귀국길에 올랐으며, 조철수 국장은 10일 중국을 경유해 평양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러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북미·남북 회동 불발
러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북미·남북 회동 불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