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재앙이 덮친다…과연 강남 집값 폭락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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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은퇴 땐 침체" 주장
'인구절벽론' 현실과 안맞아
부동산시장 냉각 조짐 보이면
각국 중앙銀 적극 대응 나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인구절벽론' 현실과 안맞아
부동산시장 냉각 조짐 보이면
각국 중앙銀 적극 대응 나서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하….” 지난 3월 청와대 회의실에서 보고서 하나를 받아든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한숨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보고한 ‘2050년 한국 인구 피라미드’의 골자는 이렇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39.8%, 14세 이하 유소년 비중은 8.9%에 불과한 역(逆)피라미드 구조가 될 것이다. ‘인구 절벽’과 ‘인구 재앙’을 예고한 보고서다.
생산함수(Y=f(K, L, A), K=자본, L=노동, f( )는 함수 형태)에서 보듯이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소비함수와 투입산출(I/O)표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생산유발액, 부가가치액, 고용창출 규모 등을 모두 산출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떠오를 것인가’ 추정도 가능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예상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4년 전 “한국 부동산(특히 서울 강남) 시장이 인구 절벽에 따라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 대표적이다. 그때 5대 시중은행장의 강남 집값 15% 폭락 예측도 동일한 근거에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그 예측은 틀렸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 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던 덴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역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그는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간다면 2009년은 포트폴리오와 자산배분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미국 경기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 직전 해에는 그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와 주가는 회복을 시작해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과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보다 은퇴 후 생계유지 수단으로 주식 보유 비율이 낮은 한국에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2년까지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 계층이 두텁게 형성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그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뒤까지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졌다. 때맞춰 덴트의 <인구 절벽>이 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의 비관론도 쏟아져 나왔다.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적 요인이 겹쳐 국민 사이에 ‘이러다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곧바로 부동산 가격을 띄워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초이노믹스’가 발표됐다.
당시 비관론의 근거는 하나같이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자산 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특히 핵심 자산 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덴트가 쓴 <인구 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덴트의 주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지대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면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금융차입 비용이 빨리 올라가는 것을 제한해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미루거나 Fed가 금리 인하를 재추진하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고 있다.
아직도 한국 부동산 시장(특히 강남)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는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 정부는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강한 대책만을 숨 가쁘게 내놓고 있다. 효과가 있기보다 빈집 확산, 지역 위화감 조성, 풍선 효과 등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출발점부터 재검토해 봐야 한다.
생산함수(Y=f(K, L, A), K=자본, L=노동, f( )는 함수 형태)에서 보듯이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소비함수와 투입산출(I/O)표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생산유발액, 부가가치액, 고용창출 규모 등을 모두 산출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떠오를 것인가’ 추정도 가능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예상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4년 전 “한국 부동산(특히 서울 강남) 시장이 인구 절벽에 따라 장기 침체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 대표적이다. 그때 5대 시중은행장의 강남 집값 15% 폭락 예측도 동일한 근거에서 나왔다. 결과적으로 그 예측은 틀렸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 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던 덴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역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다.
그는 “주가가 경기에 1년 정도 앞서간다면 2009년은 포트폴리오와 자산배분 전략을 크게 수정해야 할 중요한 해”로 지목했다. “2010년 이후 미국 경기가 장기 침체에 들어가면 직전 해에는 그때까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미국 경기와 주가는 회복을 시작해 전후 최장의 호황 국면과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미국보다 은퇴 후 생계유지 수단으로 주식 보유 비율이 낮은 한국에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이명박 정부 출범 뒤 2년까지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 계층이 두텁게 형성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그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뒤까지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졌다. 때맞춰 덴트의 <인구 절벽>이 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의 비관론도 쏟아져 나왔다.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적 요인이 겹쳐 국민 사이에 ‘이러다간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곧바로 부동산 가격을 띄워 경기 회복을 모색하는 ‘초이노믹스’가 발표됐다.
당시 비관론의 근거는 하나같이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자산 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특히 핵심 자산 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덴트가 쓴 <인구 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덴트의 주장은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이론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지대로 통화정책 관할 대상에 자산시장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운용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면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금융차입 비용이 빨리 올라가는 것을 제한해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을 미루거나 Fed가 금리 인하를 재추진하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고 있다.
아직도 한국 부동산 시장(특히 강남)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는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 정부는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강한 대책만을 숨 가쁘게 내놓고 있다. 효과가 있기보다 빈집 확산, 지역 위화감 조성, 풍선 효과 등 갈수록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출발점부터 재검토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