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변호사' 간판이 경쟁력이다…최근 3년새 2.4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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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Biz
형사 분야 5배 급증…4년째 1위
특정 분야 쏠림…일부 분야 0명
형사 분야 5배 급증…4년째 1위
특정 분야 쏠림…일부 분야 0명
‘전문 변호사’ 타이틀을 확보한 변호사가 3년 새 2.4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법률서비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전문성을 강조해 사건을 맡으려는 변호사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문 변호사 등록 건수는 형사 분야가 수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5.2배로 급증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도 꾸준히 늘어 2016년 4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형사법 전문 변호사 4년 연속 1위
10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변호사들의 전문 분야 등록 건수(지난달 14일 기준)는 3371건으로 2016년 전체(1402건)의 2.4배로 증가했다. 법조 경력 3년 이상인 변호사는 61개 분야에서 최대 2개를 선택해 전문분야로 인정해달라고 변협에 요청할 수 있다. 변협은 해당 분야 사건 수임 건수와 관련 교육 이수 내용, 학위 소지 여부 등을 판단해 등록해준다. 변협은 2009년부터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충윤 변협 대변인(법무법인 해율)은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규모 로펌과 청년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전문 분야 등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전문 변호사 등록 건수는 형사 분야가 80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혼(354명) 가사(336명) 부동산(269명) 도산(199명) 분야 등이 뒤를 이었다. 형사 분야는 2016년 이후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증가폭으로 따져도 2016년 대비 5.2배로 가장 크다. 2016년까지만 해도 4위에 머물렀던 이혼 분야는 같은 기간 3.0배로 증가해 올해 2위에 올랐다. 민사 분야는 최근 3년간 33명에서 153명으로 4.6배로 증가해 형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 변호사가 늘어난 분야의 공통점은 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 변호사가 되려면 3년 동안 10~30건의 관련 분야 사건 수임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전체 사건 발생 건수 자체가 적은 헌법재판 분야 등은 아무리 전문성이 있어도 사건 수임 최저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사건 수가 많은 형사 가사 민사 등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변협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현실에 맞게 요건을 조정하는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등록 분야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도 변한다.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강조하면서 노동 전문 분야가 약진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3년 동안 노동법(24명→66명) 산재(6명→19명) 등 분야는 각각 2.7배, 3.1배로 증가해 전체 평균 증가율(2.4배)을 웃돌았다.
형사 및 가사 분야가 변호사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도 해마다 고소·고발 사건과 이혼·상속 분쟁 등이 증가하는 추세와 관련이 있다. 부동산과 재개발·재건축 등도 꾸준히 변호사들이 몰리는 분야다. 한 변호사는 “부동산 분쟁에서 법률대리인을 입찰할 때 부동산 전문 변호사에게 가점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부동산 분야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정 분야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도
법조계에서는 전문 변호사가 대중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의료, 특허,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가 배출돼 법률소비자들이 변호사를 고를 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제관계법, 국제조세, 조선 등의 분야는 전문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다. 해외투자, 특허, 저작권, 영업비밀, 국제중재 분야 전문 변호사는 3년 사이 줄어들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호사라면 형사법 민사법 등에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전공 경력 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인 만큼 의료 특허 환경 등의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문 변호사 제도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 이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윤재·윤병철 변호사 등은 내로라하는 국제중재 전문가로 평가받지만 변협에 국제중재 전문 분야 등록을 하지 않았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부티크로펌’ 소속 변호사도 전문 분야 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 소속이거나 업계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쌓은 변호사는 굳이 전문 분야 등록을 할 필요도 없고, 강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협은 일반인들을 위해 변호사 소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변협 관계자는 “변협 홈페이지에서 전문 변호사를 검색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홍보를 제대로 해서 의뢰인이 실력 있는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법조 브로커’ 퇴출에도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협은 61개로 나뉜 전문 분야를 재구성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가사법 분야가 별도로 있고 이혼과 상속 분야 등이 따로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이혼과 상속 등은 가사법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10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변호사들의 전문 분야 등록 건수(지난달 14일 기준)는 3371건으로 2016년 전체(1402건)의 2.4배로 증가했다. 법조 경력 3년 이상인 변호사는 61개 분야에서 최대 2개를 선택해 전문분야로 인정해달라고 변협에 요청할 수 있다. 변협은 해당 분야 사건 수임 건수와 관련 교육 이수 내용, 학위 소지 여부 등을 판단해 등록해준다. 변협은 2009년부터 이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충윤 변협 대변인(법무법인 해율)은 “사건 수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규모 로펌과 청년 변호사 등을 중심으로 전문 분야 등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전문 변호사 등록 건수는 형사 분야가 80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이혼(354명) 가사(336명) 부동산(269명) 도산(199명) 분야 등이 뒤를 이었다. 형사 분야는 2016년 이후 4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증가폭으로 따져도 2016년 대비 5.2배로 가장 크다. 2016년까지만 해도 4위에 머물렀던 이혼 분야는 같은 기간 3.0배로 증가해 올해 2위에 올랐다. 민사 분야는 최근 3년간 33명에서 153명으로 4.6배로 증가해 형사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전문 변호사가 늘어난 분야의 공통점은 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전문 변호사가 되려면 3년 동안 10~30건의 관련 분야 사건 수임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전체 사건 발생 건수 자체가 적은 헌법재판 분야 등은 아무리 전문성이 있어도 사건 수임 최저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사건 수가 많은 형사 가사 민사 등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변협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현실에 맞게 요건을 조정하는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등록 분야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도 변한다. 문재인 정부가 친노동 정책을 강조하면서 노동 전문 분야가 약진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3년 동안 노동법(24명→66명) 산재(6명→19명) 등 분야는 각각 2.7배, 3.1배로 증가해 전체 평균 증가율(2.4배)을 웃돌았다.
형사 및 가사 분야가 변호사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도 해마다 고소·고발 사건과 이혼·상속 분쟁 등이 증가하는 추세와 관련이 있다. 부동산과 재개발·재건축 등도 꾸준히 변호사들이 몰리는 분야다. 한 변호사는 “부동산 분쟁에서 법률대리인을 입찰할 때 부동산 전문 변호사에게 가점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부동산 분야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정 분야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도
법조계에서는 전문 변호사가 대중적인 분야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의료, 특허,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가 배출돼 법률소비자들이 변호사를 고를 때 도움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제관계법, 국제조세, 조선 등의 분야는 전문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없다. 해외투자, 특허, 저작권, 영업비밀, 국제중재 분야 전문 변호사는 3년 사이 줄어들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변호사라면 형사법 민사법 등에는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며 “다양한 전공 경력 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취지인 만큼 의료 특허 환경 등의 분야에서 전문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문 변호사 제도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 이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윤재·윤병철 변호사 등은 내로라하는 국제중재 전문가로 평가받지만 변협에 국제중재 전문 분야 등록을 하지 않았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부티크로펌’ 소속 변호사도 전문 분야 등록을 하지 않은 이들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 소속이거나 업계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쌓은 변호사는 굳이 전문 분야 등록을 할 필요도 없고, 강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협은 일반인들을 위해 변호사 소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변협 관계자는 “변협 홈페이지에서 전문 변호사를 검색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홍보를 제대로 해서 의뢰인이 실력 있는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법조 브로커’ 퇴출에도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협은 61개로 나뉜 전문 분야를 재구성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은 가사법 분야가 별도로 있고 이혼과 상속 분야 등이 따로 있는데 넓은 의미에서 이혼과 상속 등은 가사법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