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성패는 임직원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임직원의변화 수용 정도에 달려 있다. 변화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게 디지털 전환 작업에 도움이 된다.”

-데이비드 소비 액센츄어 하이테크부문 대표,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8’에서


디지털화는 대세다. 업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사실상 모든 기업이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세계 제패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은 혹독하다. 이익을 남기기는커녕 살아남기도 힘들다. 그걸 알면서도 디지털 부문에 돈을 쏟아붓는다. 온라인에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온라인 공룡’의 거침없는 행보를 보면 언제 이들에게 먹힐지 모른다는 공포마저 느낄 정도다.

한국경제신문사와 AT커니가 ‘디지털 비즈니스 포럼 2019’의 주제를 ‘디지털 혁신을 통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 창출’로 정한 배경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 선방한 정도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당당히 성과를 내는 기업들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럼에 앞서 싣는 시리즈 1회에선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공세를 이겨낸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와 싱가포르 은행인 DBS 사례를 집중 분석한다.

완벽한 디지털화로 아마존 누른 이케아

1943년 창립된 이케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다. 거대한 파란색 창고 같은 오프라인 매장과 스스로 가구를 조립하는 ‘DIY’다. 직접 가구를 골라 설치하는 과정에 온라인과 모바일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온라인 무풍지대였던 이케아가 변한 건 아마존 때문이었다. 이케아보다 싼 가구를 클릭 한 번으로 배송해주는 아마존에 열광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서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가 긴 불황을 겪으면서 아마존 선호 현상은 더욱 강해졌다. 이케아도 아마존처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과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해 대항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프라인에서 커온 이케아가 온라인 태생인 아마존을 능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이케아는 다른 비책을 강구했다. ‘아마존 따라하기’가 아니라 ‘아마존 따라잡기’였다. 구체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을 온라인으로 완전히 옮겨온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케아는 이를 ‘피지털(physital)’이라고 불렀다. 온·오프라인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몸(physical)과 디지털(digital)을 합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방법은 증강현실(AR)이었다. 세계 최고의 AR 기능을 앱에 넣어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가구 실물 확인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의 가구 구매 이력 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이점을 활용해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도 제공했다. 이것저것 따져보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 모바일 쇼핑의 피로에 지친 소비자가 열광했다. 2년 만에 200만 명이 앱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두 번 이상 앱을 통해 가구를 구매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구를 조립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이케아의 대명사와도 같던 DIY를 버렸다. 단기 일자리 중개업체인 태스크래빗을 인수해 가구 조립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하면서 이케아는 2014년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했다. 오프라인 중심인 백화점과 할인마트가 아마존 등에 밀려 모두 뒷걸음질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현보 AT커니 파트너는 “이케아는 아마존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뒤 아마존보다 강력한 피지털 전략을 실행해 가구 제조 유통업체에서 가구 플랫폼 업체로 변신했다”고 평가했다.
DBS는 ‘제2의 창업’으로 알리바바 극복

싱가포르 최대 은행인 DBS가 디지털 혁신을 선언한 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영향이 크다. 움직임이 느린 전통은행들과 달리 핀테크 업체가 발빠른 변신으로 싱가포르 모바일 금융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국의 알리바바였다.

피유시 굽타 당시 DBS 최고경영자(CEO)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2의 창업’을 선포했다. “사람들이 필요한 건 ‘은행 서비스’(banking)지 ‘은행’(bank)이 아니다”며 “금융 서비스 회사로 변신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동시에 핀테크 업체를 능가하는 ‘완전한 디지털화’를 이루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소외 계층까지 포함해 ‘모든 고객의 은행 업무를 즐겁게’라는 구호도 정했다. 이를 위해 영업부서와 정보기술(IT)부서를 통합해 디지털 실행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거창한 구호보다 성공 경험이 필요했다. 2016년 인도 최초 인터넷은행인 ‘DBS 디지뱅크’가 출범했다.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인도 내 최초 서비스를 속속 내놨다. 지문인식으로 인증한 뒤 쇼핑과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모바일 지갑’과 지점 방문 없이 예금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었다. DBS는 1년 만에 인도에서 12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인도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해 인터넷뱅크 강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진상욱 AT커니 파트너는 “CEO를 중심으로 전 직원이 새롭게 창업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