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형 기업과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강하게 독려해야 합니다.”

이영주 산업연구원(KIET)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장(선임연구위원·사진)은 10일 “지속적인 경기 침체와 수출 부진 속에서 성장이 기업 생존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더 이상 내수만 바라보지 않고 ‘생존’을 고민하며 해외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 육성은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침체와 맞물려 국가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그동안 한국 경제는 좋은 아이템(제품)을 싸게 만들어 대기업의 글로벌 유통망으로 세계시장에 공급해왔다”며 “이젠 이 구조가 힘들어지면서 대기업도 고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이 흔들려도 고용 급감 등의 피해를 줄이려면 똘똘한 중견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본부장은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스케일업(외형 키우기)’하려면 내수시장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오랜 세월 내수 중심 사업을 해온 기업의 변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고 했다. 제품·서비스 기획, 연구개발(R&D), 생산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는 ‘본 글로벌(born global)’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부의 R&D 자금 또는 각종 혜택을 받아온 중소·벤처·중견기업이라면 해외 진출 실적을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정책을 생각해볼 만하다”며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이 내수시장에서 그렇지 못한 민간업체와 경쟁하는 건 불공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스타트업과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도 주요한 스케일업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전통산업이 빅데이터 또는 인공지능(AI)과 만나 고도화되는 것”이라며 “기존 제품과 사업을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