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취향 파악해 원하는 간식 배달
빅데이터·AI 활용해 '큐레이션 고도화'
이웅희 대표(37·사진)가 지난해 1월 맞춤형 스낵 큐레이션 서비스 '스낵포(Snack for)' 창업을 결심한 배경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빅데이터 기반으로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를 골라 정기 배송하는 아이템으로 잡았다.
'대충' 스낵을 몇 개 골라 회사에 배송해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도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접 간식 준비를 담당하며 그걸 실감한 이 대표는 과자나 음료들을 일일이 먹어보면서 ‘스낵 데이터’를 쌓았다.
"과자를 먹으면 부스러기가 생기는지, 얼마나 나오는지부터 한 입 크기로 먹을 수 있는지까지 조사했습니다. 심지어 이런 실험도 했어요. ‘꿀맛 과자에는 꿀벌이 꼬일까?’, ‘해물 맛 과자를 라면에 넣으면 해물 맛이 날까?’ 좀 독특하죠(웃음)."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대표는 소비자 취향을 세분화한 항목을 만들어냈다. 맛은 매우 단맛, 달콤한 맛, 짭짤한 맛, 짠 맛, 담백한 맛 등 8가지로 나눴고 향도 초코 딸기 사과 자몽 커피 바나나 요거트 등 16가지로 분류했다. 밀 계란 우유 땅콩 돼지고기 등에 대한 알레르기 유무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고객이 취향에 맞게 항목을 체크한 뒤 주문하면 스낵포가 추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간식을 선별해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첫 구매 고객에겐 스낵포가 축적한 자체 데이터 기반으로 스낵을 골라 배송합니다. 그 뒤부터는 고객 피드백을 바탕으로 분석해 다시 스낵을 제공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한 가지 간식만 계속 먹으면 질리겠죠? 고객 취향에 맞는 새 상품을 계속 발굴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에요." 고객 반응도 좋다. 토스,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젠틀몬스터 같은 기업들이 스낵포의 고객이 됐다. 창업 1년 만에 연매출 22억원을 올렸을 정도다.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업 목표와 시장 요구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라고 이 대표는 귀띔했다.
양질의 정보를 선별해 골라 추천하는 큐레이션 기능의 핵심이 데이터인 만큼 스낵포는 데이터 정교화에 힘을 쏟고 있다. 쌓인 데이터가 많아야 소비자의 취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보다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위해 인공지능(AI) 활용 큐레이션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그간 사람이 하던 스낵 정보 분류 및 입력을 AI가 한다. AI가 자동으로 신상품을 검색해 정보를 입력하고, 고객사 피드백 정보를 AI가 스스로 학습해 다음 주문 때 알아서 반영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스낵포처럼 유통 구조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형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골라 담는 공급자 중심 방식에서 소비자들이 ‘탐색 비용’을 덜 들이는 방향으로 소비 지형이 바뀔 것이란 얘기다.
"소비자가 상품을 찾는 건 끝났고, 이제 상품이 소비자에게 찾아오는 시대가 됐어요. 간식 영역은 아직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가 더딘데요. 스낵포가 그걸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이 방향으로 변화해나갈 겁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스낵포가 개발하는 AI 시스템을 발전시켜 누구나 간식 큐레이션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내년 매출 17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AI 자동 큐레이션 기능이 고도화되면 외부에도 공개할 예정이에요. 누구나 자신의 정보만 넣으면 알맞은 간식 구성을 추천받을 수 있는, 꼭 구매하지 않아도 큐레이션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간식 뭐 사지’라는 고민을 줄여주는 플랫폼으로 만들겠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