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가 경찰의 허가를 받지 않고 차도를 점거했더라도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주지 않았다면 경찰의 체포는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박병태 부장판사는 시위 참가자 A씨 등 6명이 국가와 서울종로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5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 등은 2016년 7월 종로구청에서 광화문광장을 거쳐 경찰청까지 하위 1개 차로를 이용해 300명이 행진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서울지방경찰청에 신고했다. 경찰은 집회 시작 10분 전 “행진 인원이 300명 미만인 경우 인도를 이용하라”는 조건을 통보했다. 하지만 시위대 중 일부는 조건을 어기고 1개 차로를 점거했고 경찰은 세 차례 해산명령을 내린 뒤 불응한 참가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재판부는 “해산 명령이 적법하려면 시위가 차량 소통 등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해야 한다”며 “당시 경찰이 소수의 시위대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 뒤로 차들이 그리 느리지 않은 속도로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체포 뒤 시위대는 인도로 옮겨 행진했는데, 정작 경찰들은 하위 1개 차로를 점거하고 이동했다”며 경찰의 해산 명령이나 현행범 체포는 모두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