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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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표현할 수 없다고 공식 문서에서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였다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성노예'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이 펴낸 2019년 외교청서를 11일 확인해보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코너에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은 2015년 12월 일한 합의 때 한국 측도 확인했으며 동 합의에서도 일절 사용되지 않았다"고 기록돼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윤병세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당시 일본 외무상이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일본 정부가 외교 현안 등을 기록한 문서에서 주장한 것이다.

2018년 외교청서에는 '성노예'는 사실(史實)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속 설명하겠다는 취지로 성노예 표현에 대응한다는 방침 정도가 담겨 있는데 올해 갑자기 한국 정부를 끌어들이는 설명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한국 정부도 수용한 것처럼 해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일반적으로 성노예라는 용어는 쓰지 않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성노예 상태가 아니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한국 정부가 동조했는지는 이와 별개의 문제다.

한국 측이 앞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기는 했으나 외교청서에 기술된 것처럼 성노예가 잘못된 표현이라는 일본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을 검증한 한국 측 태스크포스(TF)의 2017년 보고서를 보면 성노예 표현과 관련해 일본 측의 비공개 요청사항이 있었다고 설명돼 있다. 일본 측은 한국 정부가 앞으로 '성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한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임을 재차 확인"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 보고서는 적고 있다.

보고서는 또 성노예 표현을 쓰지 말라는 요구에 대해 "한국 쪽은 성노예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인 점 등을 이유로 반대하였으나, 정부가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이라고 확인하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한국 정부의 대응이 "성노예(sexual slavery)'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한 것은 아니나, 일본 쪽이 이러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이에 관해 주일본 한국대사관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 역사 문제이자 분쟁 하(下) 성폭력이라는 보편적 인권문제로 한일 양국이 피해자들의 명예 존엄 회복, 상처 치유 노력을 할 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 측도 확인했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 "우리 측은 외교 경로를 통해 위안부 합의 당시 우리 측이 동의한 것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우리 정부의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뿐이었다는 것이었음을 지적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 당국은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한 것이 사실에 반한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1996년 유엔 보고서(일명 쿠마라스와미 보고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사죄·배상하라고 권고하는 등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성노예제였다고 인정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