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근로자가 영국 더비의 엔진 공장에서 보잉과 에어버스 여객기에 탑재되는 트렌트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 근로자가 영국 더비의 엔진 공장에서 보잉과 에어버스 여객기에 탑재되는 트렌트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롤스로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엔진 연소기 케이스’와 ‘내부 구조대’ 등 핵심 부품들이 트렌트 엔진에 들어갑니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 중 한 곳인 롤스로이스의 워릭 매튜스 조달부문 총괄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일 영국 런던에서 북동쪽으로 약 210㎞ 떨어진 더비셔주(州) 더비에 있는 롤스로이스 민수용 엔진 생산 공장은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보잉의 최신 기종인 ‘B787 드림라이너’에 들어가는 트렌트 1000엔진을 비롯해 에어버스의 베스트셀러 기종인 ‘A330 네오’의 트렌트 7000엔진이 이 공장에서 조립된다.

“롤스로이스의 최고 협력사”

한화에어로, 엔진 부품 신흥 강자로 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84년 군수용 엔진 정비사업을 시작으로 롤스로이스와 인연을 맺었다. 트렌트 시리즈를 비롯한 주요 엔진에 장착되는 케이스류와 모듈 등을 공급한다. 이 회사는 롤스로이스의 1400여 개 글로벌 협력사 중 기술과 품질면에서 ‘톱3’로 꼽힌다. 작년엔 롤스로이스로부터 ‘최고 파트너상’을 받았다. 노버트 안트 롤스로이스 구조물·트랜스미션부문 총괄부사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롤스로이스와 미래를 함께할 동반자”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롤스로이스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엔진 부품 공급 계약도 맺었다. 단일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 회사가 2021년부터 2045년까지 롤스로이스에 공급하는 엔진 부품은 트렌트 엔진의 핵심인 터빈 부품 10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항공 엔진 넘버 원 파트너’라는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롤스로이스와 미국 프랫앤드휘트니(P&W),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세계 3대 항공 엔진 제작사들과도 부품 장기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수주금액은 198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

수주 확대 효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3125억원과 57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2%와 217.2% 증가했다.

美·베트남 사업장에서 경쟁력 높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과 베트남 등 해외 사업장을 활용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3억달러(약 3600억원)에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 항공 엔진 부품 업체 ‘이닥(EDAC)’을 통해 제품 개발과 설계 능력을 키웠다. 작년 말부터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공장은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롤스로이스로부터 수주한 1조원대 부품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다. 지난달 제2공장을 착공했으며 내년 상반기 중 완공 예정이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국내 공장(경남 창원)의 제조 노하우를 베트남 공장에 전수해 까다로운 롤스로이스의 인증을 획득했다”며 “수주가 늘어나 베트남 3공장도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수용 엔진 정비와 조립 사업에 치중하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P&W와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 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맺는 등 민수용 엔진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여행 수요와 물동량 증가로 글로벌 항공 엔진 부품 시장은 매년 6%대 성장세를 지속해 2025년 542억달러(약 65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항공·방산 분야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2022년까지 4조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비=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