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 이대리] 자유 '놀이터'를 찾아 SNS 피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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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선배 페북 친구 받아줬더니
"며느리 삼고 싶다"
"꼰대 없는 SNS로 떠나요"
젊은 직장인들 '온라인 피신'
"며느리 삼고 싶다"
"꼰대 없는 SNS로 떠나요"
젊은 직장인들 '온라인 피신'
교육업체에 다니는 김 주임은 최근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페이스북에 남자친구와 여행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상사들의 원치 않는 댓글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업무상 실수했을 땐 “남친이랑 주말에 그렇게 놀러 다니니까 집중을 못 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들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비공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만들었다. 회사 사람들의 팔로(친구) 요청은 일절 못 본 체 하는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하지만 요즘은 SNS에서도 ‘이중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받거나 SNS에서의 일이 업무로까지 연결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자유로운 온라인 ‘놀이터’를 찾아다니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SNS 피난법’을 들어봤다. 즐기려고 한 SNS가 스트레스로
온라인에서 ‘유목민’이 된 직장인의 대부분은 SNS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결정적 계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알게 된 계열사 선배 B씨의 페이스북 친구요청을 받았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20~30년 선배였지만 평상시 잘해주던 분이어서 큰 걱정 없이 수락했다. 그러나 B선배는 A씨의 사진마다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예쁘다” “며느리 삼고 싶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우리 아들 괜찮은데, 아들을 한 번 만나보면 어떠냐”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선배 제안은 고사했지만 A씨는 사진을 올리기가 두려워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원 김모씨(33)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은 지 2년이 넘었다. 신입사원 시절 사진을 바꿀 때마다 회사 사람들이 사사건건 캐물었던 기억 때문이다. 그는 해외 휴양지에서 찍은 ‘인생샷’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가 핀잔도 들었다. “사진발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게 이유였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는 프로필 사진 변경이 단순한 기분 전환 정도의 의미인데 윗분들은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SNS 갈아타고, 이름 바꾸고…
이런 이유 때문에 더 자유로운 SNS를 찾아 떠나는 김과장 이대리들이 많다. 제약업체에 다니는 양 대리(33)는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트위터로 갈아탔다. 페이스북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글을 공유했다가 회사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기 때문이다. 양 대리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상사의 질문에 실수로 잘못 눌러 공유가 됐다고 해명했다. 요즘은 트위터에서 익명의 아이디를 만들어 ‘온라인 친구들’과 소통한다. 양 대리는 “굳이 회사 사람들과 정치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고 싶지 않다”며 “논쟁이 아니라 훈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쇄업체에 다니는 강모씨(30)는 인스타 계정을 두 개 만들었다. 하나는 회사 사람들과, 하나는 지인들과 소통하는 용이다. 회사용 계정은 회사 사람들과 팔로를 하지만 게시물은 거의 올리지 않는다. 가끔 회사 행사에 참여하거나 애사심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올리는 정도다. 진짜 일상은 지인용 계정에 올린다. 회사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프로필 사진은 동물 사진으로 하고, 이름도 적지 않았다. 강씨는 “이중생활을 하면서 SNS 때문에 머리 아플 일은 크게 줄었다”며 “글을 올릴 때 계정을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친한 친구’ 기능으로 사생활 보호도
계정을 유지하되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 과장(36)은 SNS의 ‘친한 친구’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게시물을 올릴 때 ‘친한 친구에게 보내기’를 누르면 친한 친구로 설정해 놓은 사람에게만 공개되는 기능이다. 맛집이나 여행 등 일반적인 사진은 그냥 올리지만 남자친구 얼굴이 나온 사진, 휴양지에서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 등은 친한 친구에게만 공개한다. 회사에서 ‘괜한 말’이 나오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박 과장 얘기다.
단 이중생활은 철저해야 한다. 출판사 최 대리는 페이스북에서 ‘친한 친구’ 기능을 사용해 글을 올렸다가 진땀을 뺐다. 이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몰랐던 회사 동료들이 상사 앞에서 “최근에 올린 해외여행 사진이 멋졌다”는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로 등록되지 않았던 상사는 “나는 그런 것 못 봤는데 언제 올렸냐”며 의아해했다. 최 대리는 “상사가 기분이 나빴는지 이후 먼저 친구를 끊었다”며 “민망하기는 했지만 ‘손해 본 장사’는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대 전용 플랫폼 찾아 떠나요”
인스타그램 등 잘 알려진 SNS 외에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나는 직장인도 상당수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35)는 ‘에타(에브리타임)’라는 플랫폼을 알게 돼 가입했다. 3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핫한’ 커뮤니티였다. 20대 신입사원 몇 명도 사용 중이었다. 김 대리는 “직장인에게 블라인드가 있듯 20대에겐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유튜브·텀블러 같은 영상 공유 서비스를 SNS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 대기업 신입사원인 박 사원(29)은 개인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상 영상을 ‘공개’가 아니라 ‘미등록’으로 올린다. 미등록 영상은 링크를 공유한 사람들만 볼 수 있다. 박 사원은 “대학 동기 중 여럿이 미공개 유튜브 계정을 운영한다”며 “친구나 가족끼리만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송 대리(33)는 요즘 ‘틱톡’에서 메이크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화장법을 올렸다가 “유난 떤다”는 이야기를 듣고 갈아탄 플랫폼이다. 그는 매번 다른 콘셉트로 화장하는 영상을 짧은 길이로 만들어 음악과 함께 공유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다. 하지만 요즘은 SNS에서도 ‘이중생활’을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받거나 SNS에서의 일이 업무로까지 연결되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자유로운 온라인 ‘놀이터’를 찾아다니는 김과장 이대리들의 ‘SNS 피난법’을 들어봤다. 즐기려고 한 SNS가 스트레스로
온라인에서 ‘유목민’이 된 직장인의 대부분은 SNS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결정적 계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에 다니는 A씨는 최근 알게 된 계열사 선배 B씨의 페이스북 친구요청을 받았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20~30년 선배였지만 평상시 잘해주던 분이어서 큰 걱정 없이 수락했다. 그러나 B선배는 A씨의 사진마다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예쁘다” “며느리 삼고 싶다”는 식의 내용이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우리 아들 괜찮은데, 아들을 한 번 만나보면 어떠냐”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선배 제안은 고사했지만 A씨는 사진을 올리기가 두려워졌다.
대기업에 다니는 사원 김모씨(33)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은 지 2년이 넘었다. 신입사원 시절 사진을 바꿀 때마다 회사 사람들이 사사건건 캐물었던 기억 때문이다. 그는 해외 휴양지에서 찍은 ‘인생샷’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가 핀잔도 들었다. “사진발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게 이유였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는 프로필 사진 변경이 단순한 기분 전환 정도의 의미인데 윗분들은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SNS 갈아타고, 이름 바꾸고…
이런 이유 때문에 더 자유로운 SNS를 찾아 떠나는 김과장 이대리들이 많다. 제약업체에 다니는 양 대리(33)는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트위터로 갈아탔다. 페이스북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글을 공유했다가 회사 상사에게 한 소리 들었기 때문이다. 양 대리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상사의 질문에 실수로 잘못 눌러 공유가 됐다고 해명했다. 요즘은 트위터에서 익명의 아이디를 만들어 ‘온라인 친구들’과 소통한다. 양 대리는 “굳이 회사 사람들과 정치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고 싶지 않다”며 “논쟁이 아니라 훈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쇄업체에 다니는 강모씨(30)는 인스타 계정을 두 개 만들었다. 하나는 회사 사람들과, 하나는 지인들과 소통하는 용이다. 회사용 계정은 회사 사람들과 팔로를 하지만 게시물은 거의 올리지 않는다. 가끔 회사 행사에 참여하거나 애사심을 드러내는 게시물을 올리는 정도다. 진짜 일상은 지인용 계정에 올린다. 회사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프로필 사진은 동물 사진으로 하고, 이름도 적지 않았다. 강씨는 “이중생활을 하면서 SNS 때문에 머리 아플 일은 크게 줄었다”며 “글을 올릴 때 계정을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친한 친구’ 기능으로 사생활 보호도
계정을 유지하되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 과장(36)은 SNS의 ‘친한 친구’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게시물을 올릴 때 ‘친한 친구에게 보내기’를 누르면 친한 친구로 설정해 놓은 사람에게만 공개되는 기능이다. 맛집이나 여행 등 일반적인 사진은 그냥 올리지만 남자친구 얼굴이 나온 사진, 휴양지에서 수영복을 입고 찍은 사진 등은 친한 친구에게만 공개한다. 회사에서 ‘괜한 말’이 나오는 것을 줄일 수 있다는 게 박 과장 얘기다.
단 이중생활은 철저해야 한다. 출판사 최 대리는 페이스북에서 ‘친한 친구’ 기능을 사용해 글을 올렸다가 진땀을 뺐다. 이 기능을 사용하는 것을 몰랐던 회사 동료들이 상사 앞에서 “최근에 올린 해외여행 사진이 멋졌다”는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로 등록되지 않았던 상사는 “나는 그런 것 못 봤는데 언제 올렸냐”며 의아해했다. 최 대리는 “상사가 기분이 나빴는지 이후 먼저 친구를 끊었다”며 “민망하기는 했지만 ‘손해 본 장사’는 아닌 것 같다”고 털어놨다.
“20대 전용 플랫폼 찾아 떠나요”
인스타그램 등 잘 알려진 SNS 외에 다른 플랫폼을 찾아 떠나는 직장인도 상당수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35)는 ‘에타(에브리타임)’라는 플랫폼을 알게 돼 가입했다. 300만 명 이상이 가입한 ‘핫한’ 커뮤니티였다. 20대 신입사원 몇 명도 사용 중이었다. 김 대리는 “직장인에게 블라인드가 있듯 20대에겐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유튜브·텀블러 같은 영상 공유 서비스를 SNS 대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한 대기업 신입사원인 박 사원(29)은 개인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상 영상을 ‘공개’가 아니라 ‘미등록’으로 올린다. 미등록 영상은 링크를 공유한 사람들만 볼 수 있다. 박 사원은 “대학 동기 중 여럿이 미공개 유튜브 계정을 운영한다”며 “친구나 가족끼리만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송 대리(33)는 요즘 ‘틱톡’에서 메이크업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페이스북에 자신의 화장법을 올렸다가 “유난 떤다”는 이야기를 듣고 갈아탄 플랫폼이다. 그는 매번 다른 콘셉트로 화장하는 영상을 짧은 길이로 만들어 음악과 함께 공유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