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송이
안송이
지난 10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9시즌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 우승자 안송이(29)는 10년, 237개 대회 만에 기다리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안송이는 그중 정규 투어에 올라온 후 첫해를 제외하고 9년을 KB금융그룹 로고를 달고 뛰었다. ‘KB금융의 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안송이는 “(우승도 없는 저를 KB가 왜 계속 후원하는지) 사실 저도 의문이었다”며 “주변에서도 어떻게 하면 KB금융그룹으로부터 후원을 받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서 구단과 선수는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다. 구단은 선수의 상품성에 가치를 매기고 선수는 자신의 상품성에 대한 합당한 가격을 책정받고 싶어 한다. 안송이와 KB금융그룹의 관계는 그래서 ‘의리 후원’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한 번 계약하면 믿고 끝까지 간다는 그룹의 ‘기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KB금융그룹은 이 대회 전부터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안송이와 재계약하는 것으로 이미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큐셀소속 프로들이 선수단 발족식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민, 김지현, 이민영, 윤채영 프로.  /한경 DB
한화큐셀소속 프로들이 선수단 발족식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민, 김지현, 이민영, 윤채영 프로. /한경 DB
이 같은 ‘의리 후원’은 기업으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 평가다.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특정인과 오랜 시간 계약하는 것만으로도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이미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특히 고객과 신뢰가 중요한 금융업계에선 장기 후원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평했다.

한화도 대표적인 ‘의리파’다. 윤채영(32)을 2011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우승이 없지만 윤채영은 여전히 한화 모자를 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지은희(33)는 2013년부터 한화 로고를 달고 뛴다. 2017년 스윙잉스커츠에서 8년 만의 우승을 시작으로 2018년 기아클래식, 2019년 다이아몬드리조트토너먼트에서 3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지은희는 “몇 년 동안 우승이 없어 속이 탔지만 골프단에서 부담을 준 적은 없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비씨카드는 KLPGA투어 김혜윤(30)과 2010년부터 10년째 연을 맺고 있다. 김혜윤이 결혼과 함께 은퇴를 고민하자 골프단 감독직을 제안하며 후원 관계를 유지했다. 비씨카드는 또 장하나(27)를 2011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