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리 람, 시위대 피격 사과는커녕 "폭도"라고 맹비난

경찰 적극 옹호하며 '강경 진압' 방침 고수

11일 홍콩 시위대 2명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며 맹비난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폭도들의 폭력행위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은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많은 폭력과 비극을 낳을 것"이라며 "(시위대가) 시민들을 마구 해치는 행위는 그들이 외치는 정치적 요구 사항을 절대 얻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 5개월이 지나자 폭도들의 전술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들이 마음대로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는 사람들의 마음을 두렵게 만들고 있다"며 "사람들이 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람 장관은 이날 사이완호 지역에서 시위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은 채 시위대가 언쟁을 벌이던 친중 성향 남성의 몸에 불을 붙인 것만을 맹비난했다.

그는 "살아있는 사람에게 불을 붙이는 것을 모두 인터넷을 통해 똑똑히 보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밖에 나가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경찰의 진압 과정을 조사하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회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시위대의 폭력행위 때문이며, IPCC의 조사를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람 장관은 경찰 감시 기구인 IPCC를 통해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람 장관은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시위 현장에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가 지난 8일 사망한 사건과, 한 경찰이 그의 죽음에 "샴페인을 터뜨려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은 여전하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람 장관은 "개별 경찰의 행동으로 인해 경찰 전체가 통제력을 잃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3만 홍콩 경찰은 치안 유지의 중추"라고 밝혀 앞으로도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