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수지의 핫템, 잇템] 10초면 스캔 끝…길고 넓은 얼굴도 '맞춤 안경'
사람 얼굴은 저마다 다르다. 코의 높이부터 눈 사이의 간격, 눈부터 귀의 거리까지 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안경은 공장에서 똑같이 생산한 것으로 쓴다. 얼굴에 맞춰 조금 변형하기는 하지만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흘러내리는 안경을 하루에도 몇 번씩 추켜올려야 하는 비극은 거기서 시작된다.

3차원(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경도 얼굴에 맞출 수 있는 세상이 됐다. 3D 프린팅 안경테 브랜드인 브라기의 안경을 맞춰봤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3D 프린팅 안경테를 들여온 아이닥안경원을 방문했다.

첫인상은 기존 안경을 맞출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익숙한 유리 판매대 안쪽으로 디자인이 다른 안경테 40여 종이 놓여 있었다.

추천을 받아 동그란 디자인의 안경을 골랐다. 전면은 플라스틱 소재, 다리 부분은 금속 소재인 안경이었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웠다.

자세한 시력 검사를 마치고 태블릿PC 앞에 앉았다. 얼굴과 두상을 3D로 스캔하는 과정이다. 태블릿PC에서 나오는 음성에 맞춰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잠시 멈췄다 가운데로, 다시 왼쪽으로 돌렸다 가운데로 원위치하기까지 10초 정도가 걸렸다. 태블릿PC 화면에 얼굴이 띄워져 있었다. 3D 스캔이어서 화면 속에서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볼 수 있었다.

화면 속의 ‘나’에게 안경을 씌워봤다. 테 모양은 처음에 써본 둥근 것으로 골랐다. 플라스틱 소재 부분은 검은색 푸른색 보라색 등 13개 중에서, 금속 부분은 4개 중에서 골라 조합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부분의 색상은 짙은 녹색으로, 안경다리는 금색으로 고르는 게 잘 어울려 보였다. 안경다리 끝쪽 귀가 닿는 부분의 색상도 두 가지 중 하나로 고르니 디자인이 완성됐다.

그다음 얼굴에 맞춰 피팅할 차례. 안경알 부분의 크기, 눈 사이 간 거리, 눈과 귀 사이의 거리와 각도, 안경다리 길이 등 9개 항목을 태블릿PC에서 조절해볼 수 있었다. 화면에서 안경테가 볼 쪽을 찌르고 있었다. 안경 전면부의 각도를 의미하는 전경각 항목을 조절해봤다. 안경알 아랫부분이 서서히 들리면서 볼을 찌르지 않게 되는 게 보였다.

써봤을 때 크게 느껴졌던 안경알 크기도 조금 줄여봤다. 고도 근시여서 렌즈가 두꺼워지지 않도록 안경알 크기가 작아야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는 얘기가 이해됐다. 얼굴이 양옆으로 크거나 두상이 앞뒤로 길어서 기성 안경으로는 멋을 내기 어려운 사람도 찾는다고 했다. 특히 노안이 와 서류 등을 볼 때 안경을 머리에 올려 쓰는 중장년층에겐 ‘딱’이다. 일반 다초점렌즈 안경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 자주 눈알을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3D 맞춤안경은 렌즈 다초점을 얼굴형, 코의 높이, 귀 형태 등에 맞춰서 제작한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만족해하는 중장년층이 많다는 게 안경원의 설명이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태블릿PC에서 데이터를 전송해 3D프린터로 제작하고, 배송되기까지 2주 정도가 걸린다. ‘맞춤형’의 숙명이다.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