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장동력 상실을 우려한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 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0%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상당수 국내외 연구소와 해외 투자은행은 1%대의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내년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급격한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는 대외경제 침체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수출 부진을 주목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투자환경 악화를 초래한 정부 정책에 있다고 판단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예정된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도입 등으로 인해 기업 투자환경은 지난 2년간 악화일로를 걸었다. 반면 기업에 활로를 열어준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속성장은 투자와 혁신 없이 불가능하다. 정부는 성장 둔화에 대응해 재정 악화를 무릅쓰고, 2022년까지 경상성장률을 초과하는 연평균 7.3% 수준의 재정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확대는 경기부양책에 불과해 투자와 혁신을 유도하기 어려우므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재정에 포함된 혁신 관련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민간 R&D 지출의 10%에 불과해 성장 촉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애초에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예산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소득과 소비의 확대를 의도했다. 하지만 과도한 친(親)노동정책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고용 감소와 소득분배 악화가 초래됐고, 소비진작에도 실패했다. 나아가 재정 확대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데, 기업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는 정부의 기대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정부가 투자 부진과 혁신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적절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의 위기상황이 초래됐다고 본다.

성장동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이 절실하다. 첫째, 최근 급격히 늘어난 기업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다수의 친노동 정책은 노동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도입된 바, 기업 경쟁력과 투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시행됐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아무리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지금 우리 수준에서 기업들이 감내하기 힘들고,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의 성급한 도입은 피해야 한다.

이중 삼중으로 급격히 늘어난 기업 부담은 한계기업뿐 아니라 정상적인 기업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율과 수익성이 최근 유의미하게 악화되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법인기업 비중이 2018년 기준 35.2%에 이르는 등 최근 2년 연속 늘고 있다. 기업 환경이 더 이상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 최저임금 동결, 법정근로시간의 산업·직종별 차별화, 법인세율 인하, 화평법 및 화관법의 유예 등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경제의 유연성과 혁신의 사업화를 방해하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주력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주력산업의 출현은 절실하다. 하지만 경쟁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미래를 열어갈 혁신적 사업들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을 비롯한 촘촘한 규제로 인해 좌초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는 혁신기업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라는 인식하에 기득권층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이끌어내야 한다. 혁신기업이 원활히 생성되고 성장하는 토양이 마련돼야 투자와 고용이 유도될 뿐 아니라 기업 간 양극화 문제도 완화될 것이다.

셋째, 구시대적인 슬로건형 정책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마다 단기간에 실현 불가능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이에 구속돼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본질적인 일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해왔다. 이보다는 정부가 시대 변화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저해하는 요인과 시장의 절실한 요구를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유연한 선진국형 정부로 진화해야 한다.

기업경쟁력 회복과 성장동력 복원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와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