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대표 "구광모 회장, CVC 육성 의지 커…내년 스타트업 20여 곳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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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벤처 초대 수장 김동수 대표
기업형 벤처캐피털의 경쟁력은
투자 인력과 신속한 의사결정
'독립 경영' 약속에 작년 이직
기업형 벤처캐피털의 경쟁력은
투자 인력과 신속한 의사결정
'독립 경영' 약속에 작년 이직
“LG를 바꿔보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보고 이직을 최종 결심했습니다. LG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제대로 키워 보겠습니다. 내년에 20곳 이상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사진)는 자신만만했다. 출범한 지 1년6개월 된 신생 CVC 대표 같지 않았다.
경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삼성벤처투자 미주지사장(부사장)에 오를 때까지 20년 이상을 벤처업에 종사했다. 지난 4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로 이직한 것은 꽤나 큰 화제였다. 이전에 인연이 없었던 LG그룹이 그가 운용하는 CVC에 4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맡겼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 “CVC 제대로 키운다”
김 대표는 “CVC의 경쟁력은 전문적인 투자 운용 인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에 달렸다”며 “면접 당시 LG그룹 경영진은 이 두 가지 경쟁력의 중요성에 공감했고 독립적인 경영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투자 대상 기업과 협상 과정에 그룹 또는 계열사 경영진이 잇따라 개입하면 투자 절차가 지연되거나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두 단계의 투자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투자 초기 단계에 계열사 경영진이 1차적으로 전략적 시너지와 기술의 정합성 등을 따져본다”며 “이들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후 가격 및 구체적인 조건 협상은 전적으로 LG테크놀로지벤처스 투자팀이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스타트업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LG그룹에선 이례적인 조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 자금을 댄 계열사 경영진의 1차 심사도 남다르다. 그는 “스타트업처럼 리스크가 있는 투자는 직급이 높고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이 클수록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며 “계열사의 1차 투자 심사 여부는 전무 또는 상무급이 이끄는 오픈이노베이션팀이 정한다”고 했다.
LG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CVC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그룹 회장으로서 첫 해외 출장이던 지난 4월 실리콘밸리 출장 당시 첫 방문지가 아직 회사 간판도 달지 않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였다.
김 대표는 “협상을 진행할 때 이런저런 조건을 먼저 따지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라며 “CVC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 이 지역 스타트업에서 1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내년 20곳 이상 스타트업 투자
김 대표는 CVC의 역할에 대해 “미래 핵심 기술 정보와 트렌드를 남보다 앞서 파악하고 시너지가 큰 기업을 조기 M&A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첫 투자였던 승차공유 소프트웨어 업체 라이드셀을 예로 들었다.
라이드셀은 BMW, 벤츠 등 완성차 업체에 차량공유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그는 “라이드셀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나 충전 주기 등 LG 계열사들이 필요한 전기차 관련 정보와 기술 트렌드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며 “물론 향후 M&A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올 1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의 기조연설에서 영상으로 선보인 인공지능 셔틀버스도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메이모빌리티의 주된 사업 분야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플랫폼이 스마트폰에서 시계, 자동차, 홈(집) 등 주변 환경으로 확대되면서 LG그룹에 커다란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점 투자 분야는 AI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며 “올해 14곳에 투자했고 내년엔 20곳 이상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버, 위워크 등 실리콘밸리 간판 스타트업의 가치가 급락한 것에 대해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아직 거품이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가치는 최근 2년간 조정기를 거치면서 정상화하고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
경력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삼성벤처투자 미주지사장(부사장)에 오를 때까지 20년 이상을 벤처업에 종사했다. 지난 4월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로 이직한 것은 꽤나 큰 화제였다. 이전에 인연이 없었던 LG그룹이 그가 운용하는 CVC에 4억25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맡겼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 “CVC 제대로 키운다”
김 대표는 “CVC의 경쟁력은 전문적인 투자 운용 인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에 달렸다”며 “면접 당시 LG그룹 경영진은 이 두 가지 경쟁력의 중요성에 공감했고 독립적인 경영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투자 대상 기업과 협상 과정에 그룹 또는 계열사 경영진이 잇따라 개입하면 투자 절차가 지연되거나 의사결정을 번복하는 무리수가 나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두 단계의 투자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김 대표는 “투자 초기 단계에 계열사 경영진이 1차적으로 전략적 시너지와 기술의 정합성 등을 따져본다”며 “이들이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이후 가격 및 구체적인 조건 협상은 전적으로 LG테크놀로지벤처스 투자팀이 결정한다”고 소개했다. 스타트업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LG그룹에선 이례적인 조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 자금을 댄 계열사 경영진의 1차 심사도 남다르다. 그는 “스타트업처럼 리스크가 있는 투자는 직급이 높고 회사 경영에 대한 책임이 클수록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며 “계열사의 1차 투자 심사 여부는 전무 또는 상무급이 이끄는 오픈이노베이션팀이 정한다”고 했다.
LG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CVC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그룹 회장으로서 첫 해외 출장이던 지난 4월 실리콘밸리 출장 당시 첫 방문지가 아직 회사 간판도 달지 않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였다.
김 대표는 “협상을 진행할 때 이런저런 조건을 먼저 따지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라며 “CVC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 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유학 시절 이 지역 스타트업에서 1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다.
내년 20곳 이상 스타트업 투자
김 대표는 CVC의 역할에 대해 “미래 핵심 기술 정보와 트렌드를 남보다 앞서 파악하고 시너지가 큰 기업을 조기 M&A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첫 투자였던 승차공유 소프트웨어 업체 라이드셀을 예로 들었다.
라이드셀은 BMW, 벤츠 등 완성차 업체에 차량공유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그는 “라이드셀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나 충전 주기 등 LG 계열사들이 필요한 전기차 관련 정보와 기술 트렌드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며 “물론 향후 M&A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했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올 1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의 기조연설에서 영상으로 선보인 인공지능 셔틀버스도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메이모빌리티의 주된 사업 분야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플랫폼이 스마트폰에서 시계, 자동차, 홈(집) 등 주변 환경으로 확대되면서 LG그룹에 커다란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점 투자 분야는 AI를 기반으로 기존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며 “올해 14곳에 투자했고 내년엔 20곳 이상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버, 위워크 등 실리콘밸리 간판 스타트업의 가치가 급락한 것에 대해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은 아직 거품이 있지만 초기 스타트업의 가치는 최근 2년간 조정기를 거치면서 정상화하고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