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폭력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을 치료 명목으로 성폭행한 목사 겸 상담사가 구속됐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권희)는 12일 피보호자간음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7년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김 씨는 상담학 박사이자 신학대학 목사 안수기도를 받은 목회자로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등에 출연하며 연극기법으로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사이코드라마' 전문심리치료사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피해자 A 씨는 직장내 성폭력 경험을 극복하기 위해 김 씨를 찾았다. 하지만 김 씨는 치료를 한다면서 3개월에 걸쳐 서울시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과 서울·부산 숙박시설 등에서 A 씨를 성폭행한 혐의다.

김 씨는 심지어 A 씨에게 편안한 치료를 빌미로 숙박업소를 예약하게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씨는 지난해 9월 유사강간·강제추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고, 검찰은 검찰은 김씨의 상담 치료 역할 등을 고려해 업무상 위계에 의한 성폭력 혐의로 김 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 씨는 수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김 씨는 "성관계는 동의 하에 이뤄졌고, A씨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위력으로 추행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자가 기록해온 스케줄 내용이나 카드결제 내역, 김 씨 사무실에서 압수된 성적 기구 등은 모두 객관적 증거로 피해자 진술을 뒷받침한다"며 "반면 김 씨의 진술은 오락가락하거나 일관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던 중 상담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김 씨에게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크게 의존하게 됐고, 김 씨로부터 사실상 보호와 감독을 받던 위치였다"며 "피해자는 이성적 호감 하에 성적 접촉을 한 것이 아니라 김 씨의 말과 행동을 통해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요구하는 성적행동을 거절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씨는 선고 이후 발언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도 "억울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