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무능한 좌파권력의 민낯
지구 반대편의 남미가 들끓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에 무능한 정권들에 대한 분노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좌우 구분도 없다. 경제 모범생으로 꼽혔던 칠레의 우파 피녜라 대통령은 시민들의 저항에 두 손 들고 개헌을 약속했다. 남미 최장수(14년) 지도자로 군림해 온 볼리비아의 좌파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대선 부정과 부패 혐의로 끝내 사퇴했다.

남미 정정불안 기저에는 경제난과 빈부격차 심화가 깔려 있다. 그러나 각론에선 차이가 크다. 우파정권의 몰락은 주로 격차해소 실패에서 비롯된다. 아르헨티나 마크리 대통령이 선거에서 페론주의 포퓰리즘 좌파에 패배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반면 좌파정권은 권력 핵심부의 부패로 망한다. 석유매장량 1위인 베네수엘라도 정권의 부패가 나라를 망쳤다. 베네수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169위다. 그 밑에 북한(171위)이 있다.

왜 좌파 독재자는 예외없이 부패로 귀착될까. 이념상 거대 정부, 국가통제, 계획경제, 설계주의를 지향하는 데 근본원인이 있다. 집권층이 강력한 권력을 틀어쥐고 국민을 통제하는 환경에서 ‘권력=금력(金力)’의 항등식이 형성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속 경구는 좌파권력의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

옛 소련은 모두가 평등한 공산사회라고 선전했지만 실상은 ‘노멘클라투라’라는 부패한 특권지배층이 모든 것을 거머쥔 체제였다. 중국의 핵심 권력층은 일가의 재산이 물경 조(兆)단위다. 뇌물과 비리가 만연한 북한의 특권층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19세기 영국 정치·역사학자 액튼 경(卿)의 명언은 자연의 물리법칙처럼 역사를 관통하는 진리다.

자유시장경제 체제 아래선 권력자라도 ‘검은돈’을 챙기지 않고선 축재하기 어렵다. 국가의 최고 권력이 집권층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있고,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 부자가 정치인이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 같은 기업인인 이유다.

경제난이 심해지면 이런 분명한 이치를 쉽게 잊는다. 그때마다 좌파 포퓰리즘이 득세해 경제를 회복불능 상태로 만든 게 남미 현대사다. 포퓰리즘 해독제는 강력한 긴축과 절제지만, 대중은 고통스런 치료법을 오래 못 견딘다. 세상은 넓고 반면교사로 삼을 나라들도 참 많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