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그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며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유엔대사를 지낸 니키 헤일리는 11일(현지시간) 발간한 회고록 <외람된 말이지만(With all due respect)>에서 이같은 비사를 소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을 설득하기 위해 “그들에게 방금 나와 얘기했고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전하라”며 “그들이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도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라는 의미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 대사 회고록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 대사 회고록
헤일리 전 대사는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동맹인 중국이 당장의 걸림돌이었다”며 “안보리 대북제재 협상은 사실상 중국과의 양자 협상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의 몰락은 북한 주민의 집단 탈출과 중국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에 이런 위험은 매우 컸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한반도 위기를 피하도록 하겠다’는 논리로 중국측을 설득했다고 회고했다.

헤일리는 “미·중이 합의하면 안보리는 만장일치가 된다. 단 러시아를 제외하고…”라며 “먼저 중국과 합의한 뒤 러시아에는 ‘이런 식으로 가면 러시아만 김정은 정권과 손을 잡는 처지가 돼 국제적 왕따가 될 것’이라고 은근히 압박했다”고 했다.


북한은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무기 실험을 이어갔고 유엔은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를 잇따라 채택했다.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한 만장일치 결의였다. 헤일리는 유엔대사 재임 기간 세 차례 대북제재를 통과시켰다며 어떤 나라보다 가혹하게 북한을 제재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도발적인 대북 메시지도 일종의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헤일리는 주장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화염과 분노’, ‘완전 파괴’ 등 전쟁을 불사한듯한 표현을 사용했고 한반도의 긴장은 증폭됐다.

헤일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발언이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사실 나로서는 ‘최대 압박’ 전략에 도움이 됐다”며 “이는 헨리 키신저(전 국무장관)의 ‘미치광이 전략’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7년 9월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헤일리는 “유엔총회는 교회와 같은 곳이니 하고 싶으면 하라. 어떤 반응이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미치광이를 다루는 위험에 대해서라면, 문제는 그쪽(김정은)이지 내가 아니다”고도 했다고 헤일리는 덧붙였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