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표 받고 고사장 확인…"심장 콩닥콩닥하지만, 실력 보여줄 것"
"길을 비켜라, 고3 나가신다"…수능 예비소집날 모교서 응원전
"심장이 콩닥콩닥해요.떨리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쌓아 올린 실력을 보여줄 거예요."

한국 고등학생들의 대학입학 관문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3일 고3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듯 상기된 표정을 한 채 수능 전 마지막으로 모교 정문을 나섰다.

이날 서울 용산구 소재 용산고에서는 후배와 교사들이 모여 예비소집을 위해 학교를 떠나는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장행식'(壯行式)이 열렸다.

행사 전 고3 수험생들은 담임 교사의 호명에 따라 교실에서 한명씩 수험표를 받았고, 서로의 고사장을 확인하며 탄성을 터뜨렸다.

고등학교 1·2학년 후배들은 일찍부터 고3 교실이 있는 학교 본관에서 정문까지 약 200m 길이로 도열해 선배들을 기다렸다.

용산고 학생회장 2학년 이현서(17)군은 "1년밖에 남지 않아 남 일 같지 않다"며 "선배들이 지난 10년 동안 준비한 만큼 실수 없이 잘했으면 좋겠고, 찍은 문제도 모두 맞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1학년 학생 곽민혁(16) 군은 "오늘 장행식 덕분에 학교가 일찍 끝나서 좋긴 하지만, 이제 2학년이 된다는 사실에 얼떨떨하다"며 "선배들이 긴장하지 않고 평소만큼 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을 비켜라, 고3 나가신다"…수능 예비소집날 모교서 응원전
오전 9시 30분께 시작한 장행식에서 고3 학생들은 풍물 소리를 배경으로 정문까지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도열해 있는 후배들과 교사들은 고3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용산고 문과 학생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고3 이서형(18) 군은 "희망하는 대학에 수시 원서를 넣어뒀고, 수능 4과목 합을 6등급 이하로 받아야 최저등급을 맞출 수 있다"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군은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이 항상 응원해줘서 힘이 됐다"며 "수험생치곤 평소에 잠도 잘 잤는데, 오늘도 편히 자서 수능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담임 교사들은 학교 정문에서 수험생들을 한명씩 안아줬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 손을 모으고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학생들도 있었다.
"길을 비켜라, 고3 나가신다"…수능 예비소집날 모교서 응원전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도 고3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다목적 강당에 모여 수험표를 받은 고3 수험생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결전의 날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경복고에서 만난 최용준(18)군은 "심장이 콩닥콩닥한다"며 "떨리기도 하지만 몇 년간 노력해 쌓은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3 조재형(18)군은 "벌써 수능을 본다는 게 믿기지 않고 설레기도 한다"며 "너무 긴장하지 않고 잘 마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강당 입구에서 교문까지 쭉 늘어선 채 "화이팅!"을 외치며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이들은 '경복고 애들 너무 재수 없어'(재수하지 말라는 의미), '행운의 여신이 네게 미소를 짓는군. 찍신', '나의 미래가 나의 성적보다 가치 있기를' 등 재치 있는 문구의 피켓을 손수 만들어 응원에 나섰다.

황승기(18)군은 떨리는 마음을 떨치려는 듯 응원을 보내는 후배들을 향해 "다음엔 너 차례야"라고 농담을 건넸다.

황군은 "원래 긴장을 안 하고 있었는데 학교가 배정되니 실감이 난다"고 했다.

고3 수학 선생님인 심한준 교사는 "수능이 인생을 다 결정하는 시험이 아니니까 편한 마음으로, 작은 난관을 넘는다는 생각으로 떨지 말고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길을 비켜라, 고3 나가신다"…수능 예비소집날 모교서 응원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