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어르신 자서전 발간…15일 출판 기념회
"싸목싸목 걸었제" 어르신이 후세에 전하는 인생 지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지혜로 이겨내며 행복한 삶을 살아주렴."
해방 후 좌우 진영의 대립이 한창이던 1948년 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조귀단 할머니는 생애 끝자락에서 전하고픈 한 마디를 고심 끝에 골랐다.

유복한 가정의 1남 3녀 가운데 셋째였던 조 할머니는 6·25 한국전쟁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를 잃었다.

조 할머니는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라는 노랫말에 눈물짓던 그 시절 여느 소녀처럼 20리 산길을 걸어 학교를 다녀와 농사일과 집안일을 도왔다.

호남선 열차에 올라 고향을 떠나던 밤, 사진관에서 올린 결혼 예식, 전망대 청소부로 지켜본 63빌딩 개관식 등을 기억에 새기며 한 굽이 두 굽이 인생길을 넘었다.

그렇게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된 그는 삶의 기둥이었던 남편, 오빠, 언니를 차례차례 하늘나라로 보내고 국악인의 길에 들어섰다.

주어진 운명에 거역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왔노라 자부하며 조 할머니는 이제 행복한 여정을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광주 동구는 조 할머니처럼 평범한 어르신들의 인생 여정을 담은 자서전을 한 데 묶었다.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식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사회가 공유하도록 책으로 펴냈다.

자서전 집필에 참여한 23명의 어르신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부터 두 달 간 모여앉아 삶의 여정을 손으로 옮겨적었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은 어르신이 '삐뚤빼뚤' 써 내려간 글을 읽기 좋게 다듬고, 만화애니메이션학부 학생들은 그림으로 표현했다.

15일 오후 5시 구청 상황실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서 어르신들은 소회를 밝히고 판소리와 스포츠댄스 등 재능도 뽐낼 예정이다.

임택 동구청장은 13일 "투박하지만 진실함이 담긴 어르신의 글을 통해 삶의 진정성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개인의 기억을 넘어 시대의 기록을 남겨준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