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式 스토리 지양…재미·패기 녹여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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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신춘문예
“수필이란 게 자신의 생각을 짧게 글로 담는 건데 지나치게 장르적 틀에 갇힌 작품이 많았어요. 그냥 원칙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유롭게 쓰세요.”
지난해 신설된 한경 신춘문예 수필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던 구효서 작가(소설가)는 13일 올해 신춘문예 응모자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구 작가는 “지난해 당선한 30대 작가는 수필에만 올인하지 않고 소설도 쓰고 여러 글을 써온 분”이라며 “열심히 노력하고 많이 썼던 수필들이 자칫 자유롭지 않고 글의 신축성 없이 노화된 글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필의 형식에 잘 맞춘 글이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역설적으로 수필을 쓸 때만큼은 형식을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시나리오 부문 마감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시와 수필 부문은 마감까지 20일 남았다. 지난해 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인과 전문가들로부터 ‘지난해 심사 기준’과 함께 ‘좋게 평가한 작품들의 공통점’에 대해 들어봤다. 취재에 응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심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지난해 시나리오 심사를 맡은 드라마제작사 아폴로픽처스의 이미지 대표는 “작품의 제작 가능성에 심사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시나리오에 그치지 않고 영상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와야 비로소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대중적 시선을 의식한 작품인지에 주안점을 뒀다”며 “제작자로서는 ‘이건 충분히 제작할 수 있겠다’는 작품들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큰 사건의 줄기’와 ‘인물의 행동반경’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건만 있고 캐릭터가 그 사건에 흡수되지 못해 붕 떠 있는 작품도 있었다”고 했다. 인물과 사건이 조화를 이룬 좋은 예로 그는 지난해 당선작 ‘경희’를 꼽았다. “‘경희’라는 작품은 일제강점기 여성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사건과 그 시대에서 할 수 있는 여성상을 뻔하지 않게 과감하게 보여줬어요. 인물들이 시대적 압박을 받고 엇나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적절하게 그리면서도 작품 속 신여성들의 캐릭터를 쉽고 간결하게 보여줘 인상 깊었어요.”
시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재훈 현대시 주간(시인)은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얼마나 내면화돼 자기 언어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이 주간은 “최근 공모시 당선 경향은 미학적 실험이나 새로움보다는 시적 자아의 윤리적 태도를 더 중시하고 있다”며 “삶의 윤리와 사회적 윤리, 인간관계 속 윤리 등 시인이 바라보는 태도가 건강한지, 그 속에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기간에 습작생들은 시 제목이 눈길을 끄는지, 기성 시인의 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등 기시감이 들지 않는지 꼼꼼히 따져 나만의 어법이나 개성 있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편소설 부문을 심사했던 윤성희 작가(소설가)는 “용두사미식 소설을 지양하고 신인다운 재미와 패기를 녹여내라”고 말했다. 윤 작가는 “처음에는 단편소설을 쓰듯 세공을 잘해 재미있게 이어지다가 말미에는 ‘뭘 이야기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흐지부지 끝나는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결말까지 쭉쭉 힘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만의 목소리가 담겨 있고 스스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아는, 이른바 ‘문장의 힘’을 작품에 일관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은 기간에 큰 틀을 바꿀 수는 없으니 이런 부분에 신경써 좀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문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지난해 신설된 한경 신춘문예 수필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던 구효서 작가(소설가)는 13일 올해 신춘문예 응모자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구 작가는 “지난해 당선한 30대 작가는 수필에만 올인하지 않고 소설도 쓰고 여러 글을 써온 분”이라며 “열심히 노력하고 많이 썼던 수필들이 자칫 자유롭지 않고 글의 신축성 없이 노화된 글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필의 형식에 잘 맞춘 글이 나쁘다곤 할 수 없지만 역설적으로 수필을 쓸 때만큼은 형식을 잊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장편소설·시나리오 부문 마감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다. 시와 수필 부문은 마감까지 20일 남았다. 지난해 각 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인과 전문가들로부터 ‘지난해 심사 기준’과 함께 ‘좋게 평가한 작품들의 공통점’에 대해 들어봤다. 취재에 응한 심사위원들은 올해 심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지난해 시나리오 심사를 맡은 드라마제작사 아폴로픽처스의 이미지 대표는 “작품의 제작 가능성에 심사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시나리오에 그치지 않고 영상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나와야 비로소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대중적 시선을 의식한 작품인지에 주안점을 뒀다”며 “제작자로서는 ‘이건 충분히 제작할 수 있겠다’는 작품들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큰 사건의 줄기’와 ‘인물의 행동반경’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사건만 있고 캐릭터가 그 사건에 흡수되지 못해 붕 떠 있는 작품도 있었다”고 했다. 인물과 사건이 조화를 이룬 좋은 예로 그는 지난해 당선작 ‘경희’를 꼽았다. “‘경희’라는 작품은 일제강점기 여성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사건과 그 시대에서 할 수 있는 여성상을 뻔하지 않게 과감하게 보여줬어요. 인물들이 시대적 압박을 받고 엇나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적절하게 그리면서도 작품 속 신여성들의 캐릭터를 쉽고 간결하게 보여줘 인상 깊었어요.”
시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던 이재훈 현대시 주간(시인)은 “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가 얼마나 내면화돼 자기 언어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눈여겨봤다”고 했다. 이 주간은 “최근 공모시 당선 경향은 미학적 실험이나 새로움보다는 시적 자아의 윤리적 태도를 더 중시하고 있다”며 “삶의 윤리와 사회적 윤리, 인간관계 속 윤리 등 시인이 바라보는 태도가 건강한지, 그 속에 자기만의 생각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는 “남은 기간에 습작생들은 시 제목이 눈길을 끄는지, 기성 시인의 시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등 기시감이 들지 않는지 꼼꼼히 따져 나만의 어법이나 개성 있는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편소설 부문을 심사했던 윤성희 작가(소설가)는 “용두사미식 소설을 지양하고 신인다운 재미와 패기를 녹여내라”고 말했다. 윤 작가는 “처음에는 단편소설을 쓰듯 세공을 잘해 재미있게 이어지다가 말미에는 ‘뭘 이야기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흐지부지 끝나는 작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결말까지 쭉쭉 힘있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만의 목소리가 담겨 있고 스스로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아는, 이른바 ‘문장의 힘’을 작품에 일관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며 “남은 기간에 큰 틀을 바꿀 수는 없으니 이런 부분에 신경써 좀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문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