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투성이 몰'에서 '용산 랜드마크'로 아이파크몰 위기 극복 키워드 Play&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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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거리·볼거리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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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맛집거리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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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 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사는 법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기존 유통업체들의 신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국내외가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올 들어 8월까지 8558개의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문을 닫았다. 사상 최대 폐점 기록이다. 국내에선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첫 적자를 냈다. CNN 등은 이를 두고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틈바구니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유통업체도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과 타깃, 독일의 초저가 할인점 알디와 리들 등이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쇼핑몰이 싫어서 손님이 안 오는 게 아니다. 재미(보고 즐길 것)가 없어서 안 오는 것이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님을 모으는 ‘집객의 기술’로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한 쇼핑몰들이다. 이들이 위기를 벗어난 사례를 살펴봤다. 첫 번째는 개장 초기 수백억원 적자를 내며 ‘망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용산 아이파크몰이다. 식음(F&B) 매장 혁신
아이파크몰 4층에는 패션관과 리빙관을 연결하는 통로가 있다. 원래 이곳은 임시 매장과 음식점 몇 개가 있었다. 죽은 공간에 가까웠다. 아이파크몰은 지난 4월 이곳을 새롭게 꾸몄다. 5개의 커피숍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카페거리로 이름 붙였다. 야외공간을 품고 있는 이곳은 금세 아이파크몰의 명소가 됐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용산역과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던 중식당을 없앴다. 대신 개미집, 남도미향 등 지방의 맛집을 입점시켰다. 한산하던 이곳은 기존 음식점 거리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4층 음식거리를 찾는 손님은 20%가량 늘었다.
아이파크몰이 오프라인 위기를 극복한 키워드는 ‘식음(F&B) 매장 혁신’이다. 카페거리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카페들만 모았다. 식물을 가득 채워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명소가 된 ‘식물학’, 무지개색 케이크로 잘 알려진 ‘도레도레’ 등이다. 흑당 버블티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5월엔 ‘타이거슈가’도 유치했다. 타이거슈가가 로드숍이 아니라 쇼핑몰에 입점한 첫 사례였다.
소비자들은 쇼핑몰에 들러 밥만 먹지 않았다. 쇼핑도 하고, 극장도 갔다. 변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매출 2056억원, 영업이익 371억원을 기록했다. F&B의 힘을 확인한 아이파크몰은 2·3·4층 등 여성 및 유아동 패션 브랜드가 주력인 층도 벽면을 밥집과 카페로 채웠다. 또 의류매장이 있던 1층도 식당가로 바꾸고 있다. 전자제품을 팔던 8층에는 동남아시아 음식과 일식을 파는 매장을 열 예정이다.
10여 년간 지속된 변화
아이파크몰의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2004년 대형 쇼핑몰 스페이스9으로 시작했다. 개장 첫해 점포 열 곳 중 일곱 곳은 비어 있었고, 적자가 400억원에 달했다. 크기는 63빌딩의 1.6배, 코엑스몰의 2.3배. 패션 아울렛부터 전자쇼핑몰, 이마트, 영화관까지 갖춘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었지만 사람들은 찾지 않았다.
쇼핑몰을 지은 HDC현대산업개발이 2006년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름을 아이파크몰로 바꾸고 백화점을 입점시켰다. 또 패션·가전·리빙 등 카테고리별로 매장을 재배치했다. 2007년 리빙관과 문화관을 추가하며 쇼핑몰다운 모습을 갖췄다.
다음은 볼거리와 놀거리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아이스링크를, 2012년 워터파크를 열었다. ‘키덜트’를 겨냥한 취미용품점 ‘토이앤하비’도 들였다. 원래 용산전자상가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성지’였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3년에는 옥상 풋살경기장을 4개로 늘렸다. 풋살장이 비어 있을 때는 미쉐린 맛집을 초청해 선보이는 ‘미쉐린 가이드 고메’, 글로벌 요가 축제인 ‘요가말라’를 위한 장소로 활용했다.
‘크기’도 아이파크몰의 승부수 가운데 하나였다. 2017년 7월 CGV 영화관을 증·개축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맥스 상영관을 들였다. 6~8층 3개 층 층고(9m)를 탁 틔우고 600여 석을 마련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용아맥(용산 아이파크몰 CGV 아이맥스관의 줄임말)’이란 유행어를 낳을 정도였다. 새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관객이 몰리는 ‘전국구 핫 플레이스’가 됐다. 6층에는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팝콘D스퀘어’도 열었다. 볼거리가 넘치자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쇼핑몰 전체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아이파크몰은 상반기 매출 10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늘었다. 올해 전체 매출 24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앞으로 먹거리 콘텐츠에 힘을 더할 계획”이라며 “물건을 사러 오는 쇼핑몰이라기보다는 볼거리가 있는 용산의 맛집 상가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기존 유통업체들의 신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국내외가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올 들어 8월까지 8558개의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문을 닫았다. 사상 최대 폐점 기록이다. 국내에선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첫 적자를 냈다. CNN 등은 이를 두고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틈바구니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유통업체도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과 타깃, 독일의 초저가 할인점 알디와 리들 등이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쇼핑몰이 싫어서 손님이 안 오는 게 아니다. 재미(보고 즐길 것)가 없어서 안 오는 것이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손님을 모으는 ‘집객의 기술’로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한 쇼핑몰들이다. 이들이 위기를 벗어난 사례를 살펴봤다. 첫 번째는 개장 초기 수백억원 적자를 내며 ‘망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용산 아이파크몰이다. 식음(F&B) 매장 혁신
아이파크몰 4층에는 패션관과 리빙관을 연결하는 통로가 있다. 원래 이곳은 임시 매장과 음식점 몇 개가 있었다. 죽은 공간에 가까웠다. 아이파크몰은 지난 4월 이곳을 새롭게 꾸몄다. 5개의 커피숍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카페거리로 이름 붙였다. 야외공간을 품고 있는 이곳은 금세 아이파크몰의 명소가 됐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용산역과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던 중식당을 없앴다. 대신 개미집, 남도미향 등 지방의 맛집을 입점시켰다. 한산하던 이곳은 기존 음식점 거리와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4층 음식거리를 찾는 손님은 20%가량 늘었다.
아이파크몰이 오프라인 위기를 극복한 키워드는 ‘식음(F&B) 매장 혁신’이다. 카페거리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언급되는 카페들만 모았다. 식물을 가득 채워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명소가 된 ‘식물학’, 무지개색 케이크로 잘 알려진 ‘도레도레’ 등이다. 흑당 버블티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5월엔 ‘타이거슈가’도 유치했다. 타이거슈가가 로드숍이 아니라 쇼핑몰에 입점한 첫 사례였다.
소비자들은 쇼핑몰에 들러 밥만 먹지 않았다. 쇼핑도 하고, 극장도 갔다. 변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아이파크몰은 지난해 매출 2056억원, 영업이익 371억원을 기록했다. F&B의 힘을 확인한 아이파크몰은 2·3·4층 등 여성 및 유아동 패션 브랜드가 주력인 층도 벽면을 밥집과 카페로 채웠다. 또 의류매장이 있던 1층도 식당가로 바꾸고 있다. 전자제품을 팔던 8층에는 동남아시아 음식과 일식을 파는 매장을 열 예정이다.
10여 년간 지속된 변화
아이파크몰의 변화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2004년 대형 쇼핑몰 스페이스9으로 시작했다. 개장 첫해 점포 열 곳 중 일곱 곳은 비어 있었고, 적자가 400억원에 달했다. 크기는 63빌딩의 1.6배, 코엑스몰의 2.3배. 패션 아울렛부터 전자쇼핑몰, 이마트, 영화관까지 갖춘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이었지만 사람들은 찾지 않았다.
쇼핑몰을 지은 HDC현대산업개발이 2006년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름을 아이파크몰로 바꾸고 백화점을 입점시켰다. 또 패션·가전·리빙 등 카테고리별로 매장을 재배치했다. 2007년 리빙관과 문화관을 추가하며 쇼핑몰다운 모습을 갖췄다.
다음은 볼거리와 놀거리로 눈을 돌렸다. 2011년 아이스링크를, 2012년 워터파크를 열었다. ‘키덜트’를 겨냥한 취미용품점 ‘토이앤하비’도 들였다. 원래 용산전자상가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성지’였다는 점에 착안했다. 2013년에는 옥상 풋살경기장을 4개로 늘렸다. 풋살장이 비어 있을 때는 미쉐린 맛집을 초청해 선보이는 ‘미쉐린 가이드 고메’, 글로벌 요가 축제인 ‘요가말라’를 위한 장소로 활용했다.
‘크기’도 아이파크몰의 승부수 가운데 하나였다. 2017년 7월 CGV 영화관을 증·개축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아이맥스 상영관을 들였다. 6~8층 3개 층 층고(9m)를 탁 틔우고 600여 석을 마련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용아맥(용산 아이파크몰 CGV 아이맥스관의 줄임말)’이란 유행어를 낳을 정도였다. 새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관객이 몰리는 ‘전국구 핫 플레이스’가 됐다. 6층에는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팝콘D스퀘어’도 열었다. 볼거리가 넘치자 떠났던 사람들이 돌아왔다. 쇼핑몰 전체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아이파크몰은 상반기 매출 10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 늘었다. 올해 전체 매출 24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아이파크몰은 앞으로 먹거리 콘텐츠에 힘을 더할 계획”이라며 “물건을 사러 오는 쇼핑몰이라기보다는 볼거리가 있는 용산의 맛집 상가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